날 이룰 일들이 만든 소중한 순간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자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근래 최고로 높다. 사실 로봇이라는 큰 주제 자체에서 오는 선천적인 만족감이 있으나, 단순 그 이상으로,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과 회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감이 대단하다. 도전의식,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드는 것, 사업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 실체를 만들고 내실을 다지는 것, 그것을 하나의 비전으로 똘!똘! 뭉친 우리 팀원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힘들고 지칠때, 이 기분과 상황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겨보고자한다. 갑작스레 이 상황이 된 것이라기보단, 컴포트 존 바깥에 서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적으로 여러방면으로 루틴으로 만들었고, 모든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각오하고 즐기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물류센터에 데뷔해서 늠름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우리 로봇들을 보고 더 고무된 것일 수도 있다. 각설하고,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있는 일에 대해 얘기 나눠보고자 한다.
짧게는 2시간, 6개월, 2년을 좌우할 빠른 판단과 결정을 요하는 일
전략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선택을 위해선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에 대한 판단을 하기위해서 지표가 필요하다. 지표에는 정성적 정략적 지표가 있다. 그 기준을 판단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그 시점에 지표를 판단할 측정기도 필요하다. 선택이 모두 독립적인 경우는 없다. 메타적으로 생각했을 때 엣지와 노드로 표현되나 그래프에서 어느 것에 웨잇트를 주고 고정을 할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일이 흥미롭다. 근데 그래프일수도 있고, 3차원 그래프일 수도 있고, 뉴럴넷일수도 있고, 행동트리일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더 흥미롭다. 판단과 결정에 필요한 자료 구조와 판단의 구조를 선택하고 그것에 플래그를 심어두는 일, 그것을 센싱하는 일이 내 천직인 것 같다.
하나의 비전 아래, 일 전체를 추진하고, 조직 전체의 추진력을 끌어올리는 일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위의 선택에 대해 빠르게 책임을 지는 것에 착수하는 것, 선택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 그에 대한 최대한의 신뢰를 드리는 것, 각 구성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 추진에 방해되는 요소들에 대한 선제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것, 추진력이 유지 혹은 극대화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미리 고민하는 일들. 빈 공간에 있음에 공간을 전략적으로 비워두기도 하고, 빠르게 채워두기도 한다.
모든 일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것, 오히려 작고 큰 프로젝트에 있어서 두번 이상의 큰 고비가 올 것이라는 것, 소통이 쉽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모든 인원에게 같은 희망적인 (때론 객관적인) 비전을 바라보게 하는 인셉션을 하는 것, 혹은 그 비전 내에서도 몇개의 항목과 공간은 임의로 비워둔 뒤,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추진력을 끌어올리는 일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덕후의 정의를 스스로 정의하는 일
미칠듯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본 사람은 알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귀찮고 어려운 일을 해야할 때가 있다.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하는 방식을 찾는다. 더 얻고 싶게된다. 그 과정을 즐긴다. 그러면서 더 그 일에 빠지게 된다. 개똥철학이 하나씩 생긴다. 철학이 한 두가지 모이면, 그 누가 와서 그 주제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도 신나서 하루종일 얘기할 수 있다. 그 생각으로만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정의하는 덕후는 그렇다. 나한테 로봇이 그러했다. 적어도 내가 정의하는 나의 천직은 그러하다. 사업을 영위하면서, 로봇에 대한 덕후기질이 방해될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기질은 로봇을 실제 공간적, 위상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세계의 유일한 물리적인 가장 복잡한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도구라고 정의하기 때문에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외려 누군가에겐 신선한 자극이, 누군가에겐 도전적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것을 스스로 정의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너무 즐겁다.
나는 나 스스로 나의 본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광적으로 나의 장점들을 활용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조직 전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위에 해당하는 장점을 기본이 되는 소양으로 보유하고 있거나 시너지를 아주 강하게 낼 수 있는 분들로만 팀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에 열정 그 이상을 쏟아보는 것. 그 좋아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것. 그 일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내리고 그것들을 소중한 사람들과 구체화하고 실체화 할 수 있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과 흥미를 느끼고 있다.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잘한다는 것, 우리 팀은 그렇기에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것만큼 내게 가장 큰 행운이자 행복이 아닐 수 없다.
후회없이, 치열하게,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