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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리 Dec 01. 2022

창업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김채리의 출판사 창업 일기 #03

안녕하세요 채리님,    

창업하는 건 어때요? 창업은 어때요?


흠흠, 그건 말이죠... 


힘들어요. 힘듭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저의 몇 가지 경험담을 빙자한 고민을 토로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예비 창업가 혹은 초기 창업가 분이 계시다면 아마 공감하실겁니다. 성공한 창업가 분들의 강연에서 그동안 이뤄온 성과들, 앞으로의 비전과 전망 등 장밋빛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괜히 위축되기도 하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의 채리는 많이 씁쓸하고 약간 달콤한 창업의 맛, 현실 편을 그려보려 합니다.




살려주세요...ㅠㅠ

요즘 주변 사람에게 우스갯소리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좀 과장을 섞긴 했지만, 그만큼 일이 많아서 괴로움을 호소하는 때가 많습니다. 하나 해치웠다 싶으면 또 새로운 일이 생기고,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싸한 기분이 들 때 여지없이 중요한 일이 기한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에 치이다 보면 글을 쓰는 감각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뇌 용량이 크진 않다고 늘 생각하는데,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창업에 필요한 일들에 몰두하다 보면 막상 작품을 집필해야 할 순간에는 쓸만한 아이디어가 다 고갈된 상태입니다.


이 정도면 답변이 되셨나요? 창업가는 모든 걸 다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저는 제가 직접 글을 쓰면서 출판사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할 일이 배로 많은 셈입니다. 작가로서의 김채리는 글도 쓰고 퇴고도 하고, 업로드도 하고, 퍼스널 브랜딩도 해야 합니다. 또 (예비) 출판사 창업가로서의 김채리는 상품기획, 북디자인, 판매채널 확보, 유통, 플리마켓 참가, 마케팅 등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문제는 지난번 일기에서 말했듯이 제가 아직 레벨이 낮은 초보자 캐릭터라는 것이죠. 

(Lv.1 Cherrypotter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요즘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생각나서 걱정입니다. 노션, 스프레드시트, 리마인더, 마이루틴 등 일정관리를 할 수 있는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그때그때 할 일이 새롭게 생기거나 추가되고, 또 변경되는 것들이 많아서 여전히 헷갈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 power라는 수식어를 달기엔 역부족이지만 아무튼 mbti J성향인 저에겐 견디기 힘든 순간입니다. 삶은 변화무쌍함의 연속이라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제 통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철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론 1 : 창업가는 일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은 많은데 돈은 많이 버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제가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고 세상엔 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저를 아는 사람이 제 책을 살지 말지도 미지수인데, 저를 모르는 사람이 제 책을 살까요? 서점에서 책을 펼쳐보다 마음을 이끄는 한 문장만 발견하게 되어도 사는 경우가 있다지만, 대부분은 아닐 겁니다. 저는 그래서 문학책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음악 앨범과 닮아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블랙핑크의 팬이라면, 그들이 앨범을 냈을 때 구매할 확률이 더 높으니까요.


그래서 초기 창업가는 돈 쓸 일이 많습니다. 나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서 널리 이롭게 해야 하는데, 모든 것에 있어서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저는 취창업 지원 기관에 소속되어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새롭게 배워야 할 것들도 많고, 새로 사야 할 물건들도 많고 그 외에도 배송비며, 포장비며 지불해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입니다. 최근에는 플리마켓에 나가기 위해서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를 사느라 14만 원을 썼는데, 첫 개시 날 매출이 3,000원이었습니다. 몇 년을 내다보고 구매한 거지만 그래도 착잡함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플리마켓을 찾는 손님들은 없고, 거센 제주의 바람에 흩날리는 저의 책들을 보며 인생의 참맛을 보았습니다.


이에 더불어 상표권 등록이나, 사업자 등록 등 아직 예술인 등록도 못 했는데 등록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입니다. 법도 잘 알아야 하고, 그에 맞는 절차와 방법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겠죠. 문제는 이 모든 것들도 돈이 든다는 거예요.  


결론 2 : 창업가는 돈이 없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해도 될까요? 

창업가는 고민이 정말 많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맞는지 솔직히 잘 모를 때도 많습니다. 모든 결정과 판단의 결과치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있어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동업자는 아니더라도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리는 동기 창업가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이 있겠네요. 또 조언을 구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는 선배 창업가분들과 센터 직원 분들이 계셔서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속담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요즘 드는 고민은 너무 많은 조언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교육을 해보는 건 어때? 펀딩을 또 해보는 건 어때? 굿즈를 만드는 건 어때? 저는 사소한 결정을 내리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 마트에서 고구마를 살 때도 10분은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제안들이 많이 들어오면 생각의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을 했을 때, 펀딩을 했을 때, 굿즈를 만들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또 내가 만드는 브랜드에 어떤 이미지가 덧입혀질까? 각자의 일에 의미에 가치를 더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이어집니다. 뻔한 레퍼토리인 것 같긴 하지만 또 그 생각들로 책을 한 권 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만들어가는 ‘파랑’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신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상상력을 이끌어낸다는 거겠죠? 일단 제가 해볼 만한 것들은 추려서 나름의 계획을 세워보고, 아무리 오래도록 고민해도 저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적당히 거절하며 하나씩 해치우는 중입니다. 음... 오래된 세탁소나 이발소를 파랑의 팝업스토어로 만들어보라고 하셨는데... 그건 언젠간 실행해보겠습니다.     


결론 3 : 창업가는 귀가 간지럽다.(?)  

    

오늘의 채리는 여기까지입니다.

(*결론 1, 2, 3은 김채리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어떠한 논리적 효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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