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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리 Nov 03. 2023

망한 책은 어떻게 살리나요?

김채리 출판사 창업일기 #17

아하하.. 안녕하세요 채리입니다.


4개월 만이네요. 써야지 써야지 하고 생각만 해두고 있으니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더라고요. 이러다 완결 못하면 어쩌지? 조바심이 나서 다시 쓰러 왔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창업은 (망하지 않고) 진행 중입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게 책을 뚝딱 만들어 냈어요. 그때 기운을 다 써버린 건지 요즘은 뭐 하나 시작하려고 하면 싫은 소리 하는 나 자신을 정신 차리게 하기 바쁜데 말이죠. 초판본 출판일을 보면 2022년 10월, 11월, 2023년 1월이니까 그야말로 몇 달간 정신없이 책만 만들고 살았던 것 같아요. 제가 독립출판을 한 지가 1년 정도 되었는데 책이 5권이라고 하면 놀라시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놀랍긴 하네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랬던 건 아니에요. 모아둔 원고가 있기도 했고 팀원들과 같이 만들었던 책도 있고, 또 마감기한까지 저 자신을 엄청 몰아붙여서 완성했던 것도 있죠. 그냥 뭔가 만드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올해는 운이 좋게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경제적인 부담은 좀 덜었어요. 다른 책들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출간했으니 크게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직장생활을 오래 해서 모아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밀어붙이지 못할 때가 있더라고요.   


제가 선정된 지원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이었는데, 이 사업 덕분에 다른 작가님들도 섭외하고 도서 제작도 할 수 있었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에 지원서를 냈었네요.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일이기도 하고 제가 만들고자 하는 책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아 그때 힘을 좀 뺐어야 했는데! 젊음이 좋았네요. (하하)     


제가 좀 정신없는 사진을 띄워놨는데요. 지금은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처음에 만들려고 했던 책의 표지입니다. 이 시안도 괜찮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작업을 하면서도 영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이게 맞나? 그리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디자인을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제가 스스로 ‘저는 혼자 글도 쓰고 디자인도 하고 책도 만드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문내고 다녔지만 아직 초보잖아요. 그쵸? 저 아직 자동차에 붙인 ‘초보운전’ 스티커도 안 뗐단 말이에요.        

   

징징거리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작업을 하다가 ‘이거 아닌 것 같은데…’ 싶은 것들은 나중에 다 들통이 나요. 예를 들면 오탈자가 있다거나, 여백이 어중간하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이 정도면 됐겠지’ 했던 일들이 기필코 돌아와요. 진짜 복수심에 불타서요. 요즘은 웬만한 일들은 꼼꼼하게 다시 보려고 하는데, 원래 성격은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다소 나태한 성격이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배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거든요.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에는 능력치가 부족했고 주변 디자이너 분들에게 물어봐도 별로라는 얘기는 안 했거든요.(제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셨던 걸까요...?)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서 책을 만들 준비를 했습니다. 두 명의 글 작가님을 모시고, 또 맛있는 음식을 그려주실 그림 작가님도 모셨으니 남은 일은 책을 그럴듯하게 엮는 일이었어요. 와 근데 이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다음 주에 마저 쓸게요 정말이요.

오늘의 채리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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