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책 비하인드 스토리도 어느덧 마지막 편입니다. 여기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김채리 출판사 창업일기도 곧 시즌 2가 마감되는데, 시즌 3, 시즌 4까지 갈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해줘요 제발. 좋아요만 눌러줘도 좋아요.
‘단순함에서 오는 유쾌함’ 예전에 인스타그램에도 올린 적이 있는데, <자유청춘예금통장>이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고민해 보았을 때 제가 내린 결론이었어요. 제가 책을 재미있는 형태로 제작하기 시작한 건 모두 ‘재미’라는 핵심가치 때문이었거든요.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저만의 신념을 바탕으로 기존의 형태와 다른 책을 만들었어요.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는데, 모양이라도 재미있게 만들어야 관심을 받겠다 싶더라고요. 지금 세상이 그렇잖아요. ai 같은 첨단 기술이 발전하는데 책도 그에 발맞추어야지요.
그렇게 배달책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었어요. 서점에서 본 ‘책’ 이미지처럼 단순하면서 웃긴 그런 디자인을 해야겠다, 그리고 책과 같이 구성되는 물품들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아니면 최소화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후원자 선물에 포함되었던 굿즈 구성을 모두 없앴어요. 스티커, 쿠폰, 틴케이스, 자석 등등 지나고 돌이켜보니 없어도 될 물건이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만들려는 것도, 사람들이 사려는 것도 ‘책’이었으니 말이죠.
표지 디자인은 ‘파랑’의 로고 이미지에서 착안해서 타원 형태를 넣었어요. 그림을 넣는 대신 음식 이름을 넣어서 내용을 상상해보게 했죠. 어때요? 바뀐 이미지가 더 괜찮나요? 레트로한 느낌이 잘 살아서 훨씬 마음에 들더라고요. 전이랑은 다르게요.
그리고 ‘망했다’라는 키워드로 다시 홍보를 시작했어요. 이 책 망했습니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거였죠. 인스타그램이 보통은 근사한 일상이나 성과를 자랑하는 곳이잖아요. 근데 저는 반대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망했고, 망했지만,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라고요. 어떻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오히려 당당하게 큰 글씨로 말하니까 괜찮더라고요. 홍보에 쓰기 딱이다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망하기도 했으니 거짓말을 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게 망한 책은 망한 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야식편, 후식편 두 권이 세트 구성이라 작업량은 두 배였어요. 그러니까 총 4번의 디자인과 편집 과정을 거친 거죠. 다시 생각해도 어깨가 아파요. 편집하느라 몇 날 며칠 컴퓨터 작업을 했더니 어깨랑 팔이 고장 나서 병원도 엄청 다녔어요. 물리치료비로 40만 원을 넘게 썼는데 크흠.. 언제쯤 이 책이 빛을 발할지 모르겠네요. 병원비는 내게 해줬으면요.
아프다고 찡찡대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이제라도 고생했다고 좀 티 내고 싶어서요. 부상투혼으로 만든 책이니 예쁘게 봐주세요. 피만 안 흘렸지 피땀눈물 다 들어간 책이거든요.
그전까지는 <자유청춘예금통장>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제일 많았는데요. 이제는 단연코 <맛집>을 펼쳐보는 사람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제가 영업을 잘 못해서 적극적으로 소개는 못 해 드렸지만 그래도 맛집이다! 하고 구경하는 분이 계시면 신이 나요. 애써서 만든 책이 관심을 받는 일만큼 뿌듯한 일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종종 맛집 추천하는 책으로 오인하시는데, 아쉽게도 맛집 정보는 없어요. 대신 맛있는 이야기는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배가 고파지는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편 한 편 짧은 이야기가 채워져 있으니 배달 음식 대기시간이 너무 길 때, 조금씩 꺼내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