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친구로부터의 8년 만의 연락

국제연애와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온도차

by 샬롯H


벨기에에서 친하게 지냈던 중국인 친구 Y로부터 작년 초 8, 9년 만에 연락을 받았다.


Y는 중학생 때 벨기에 이민 가서 살게 된 케이스로 한국 가수를 좋아했었기에 우연히 친구의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덕에 꽤 친하게 지냈고, 당시 나보단 그 친구가 프랑스어를 잘하는 상태였기에 나를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떠날 때 나는 Y에게 내 한국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그 이후로 서로 엽서도 보내고 메시지도 하며 대략 1, 2년 정도 연락을 지속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Y가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나는 그게 아쉬워서 주기적으로 예전에 알던 연락처로 메일을 보내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작년에서야 연락이 온 것이다.


여하튼 내 번호를 알고 있었는데도 10년 가까이 연락을 안 했다는 것은 의아했으나 일단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했다.


내가 Y와 연락하던 시기까지 알고 있던 내용은 이렇다. 그녀는 아버지를 만나러 중국에 한 번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나게 되었고 사귀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중국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로 하고 그 첫사랑의 남자와 결혼했다. 나도 그랬지만 Y 역시 벨기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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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수년만에 연락을 하며 Y는 최근 아이를 낳았고 16개월이라고 해 주었다.


Y가 가족사진을 보내주어 친구로서 축하 인사를 건넸고, 나의 근황도 전했다. 현재 프랑스에 잠시 머물고 있으며 올해 안에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여기로 와서 살 예정이라고 하며 나와 남자 친구 사진을 보냈다.


그녀는 별안간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


“네 소식을 들으니 기뻐. 근데 그간 한국 남자들은 안 만났니? 나는 같은 나라 출신의 남자를 만나는 것이 같이 이야기할 것도 더 많고,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 외국인을 만나면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다고 해도 차이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잖아.”

(*진짜 받은 문자 그대로 번역한 것임을 밝힌다.)


좀 더 돌직구 버전의 답장을 할까 하다가, 나는 내 기준에선 온건한 버전의 답장을 하루 있다 했는데 그녀는 나의 이 답장을 받고 며칠째 대답이 없었다.


역시 과거의 우정은 과거 속에 묻어 놓는 편이 더 낫지 않은가 하는 교훈을 다시 한번 얻는다.


“아니, 나는 우리가 연락이 끊긴 동안 프랑스 남자만 사귀었네. 나는 사귀었던 한국인 남자 친구들과 모두 그다지 좋게 끝나지 않았어. 그 사이에 내가 겪은 일은 차차 말해줄게. 요약해서 말하면 문화적으로 나는 나 스스로가 100퍼센트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프랑스인이라고 느낀다는 것은 아니지만 난 현재 거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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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만이 아니고 나는 종종 '그래도' 한국인을 만나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을 들었다. 마치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는 듯이 말이다.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우선 내가 국적을 정해두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닌데 이런 질문 자체가 당황스럽다. 아마 질문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1번은 국적(또는 인종)이고 2번이 사람 자체이기 때문 아닐까 한다. 내 머릿속에선 언어가 통화고 대화가 통하는 순간 그 사람은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다.


심지어 엄마도 내가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는 '그래도 한국 사람을 만나보는 게 어때?'라고 했다. 내 나이가 많으니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다!'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심정적으로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나 당신 딸을 모른다는 것이 좀 서글프기도 했다.


청소년기 말미부터 프랑스어, 프랑스 문학, 프랑스 문화에 둘러싸여서 지낸 나에게 프랑스는 이민을 오기 전에도 미지의 나라라기 보단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었다. 같음을 꽤나 강요받고 뭐 하나 다르면 유난히 눈치를 받으며 자란 한국의 80년대 생에게 프랑스는 적어도 다름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 너무도 편했다.


나는 국제 연애를 하며 정말로 많은 정신적 성장을 했다. 오히려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만나면 서로 합리적으로 타협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의 룰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규칙을 만들어야 해야 하는 국제 연애의 생리 상 그렇다.


어떤 질문은 사실 질문이 아니라 권고에 가까운데 저 질문이 바로 그렇다. 나에게 일방적인 권고를 하기 전에 내 삶의 서사에 대해 먼저 질문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개인은 각자가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다르게 살 권리를 갖고 있고, 삶의 모습과 방식은 다를 권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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