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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미 Sep 12. 2017

무너진 사랑에 자존감이 떨어질 때 읽는 글

너답게 행동해.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오후 3시.

나른한 시간에, 급한 전화가 왔다.


걔한테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것 같아. 나한테 약속했단 말이야, 헤어지고 나서 금방 여자친구를 만들진 않겠다고. 연애할 맘도 없다고 했단 말이야. 근데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나 진짜 짜증나고 원통해서 죽을 것 같아.


이별한 지 두 달 된 친구였다.

오랜만에 전 남자친구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더니

여자가 생겼더란다.


물론,

그 남자애가 바람나서 헤어진 건 아니었다.

지극히,

싸움이 잦았고 풀기까지 오해가 깊었고,

화해하기에 서로의 자존심이 굳건히 강했을 뿐이다.


흔한 말로,

지쳤다고들 하지.

또다시 흔한 말로,

흔한 이별이었다.


다시 연락을 해봐도 될까? 연락이 너무 하고 싶은데 자존심 상해서 못하겠어. 웃긴 건 뭔 줄 알아? 내 남사친한테 이 얘길 했더니 나답지 않대. 맞아, 나답지 않아.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친구의 말에 한 마디로 답변했다.

"너다운 게 뭔?"


선입견[서닙껸]
: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

편견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불쾌해하면서.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선입견.

게 흔히들 말하는 '나다움'일까?


ㅡ 나는 애인과 이별해도 언제나 쿨해.

"미친듯이 사랑하는 사람이랑 이별을 해도?"


ㅡ 나는 고백 받으면 정이 뚝 떨어지더라.

"예전 첫사랑한테 고백 받았다고 난리쳤던 건...?"


ㅡ 나는 애인이랑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야.

"애인이 약속 때마다 한 시간씩 늦어도?"


사람은 상황에 따라 판단을 달리 하고

다른 감정이 일고 행동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적극적인 성격이지만 소극적일 때도 있고,

친구에게 돈은 빌려주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가졌지만,

제일 소중한 친구의 힘듦에 큰 돈을 빌려줄 수도 있다.


적극적인 성격의 내가 소극적이라고 내가 아닌가?

내 가치관과 다르게 소중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나답지 않았음을 자책하며 후회할 것인가?


이래도 나고, 저래도 나다.


이 사람과 이별했을 때는 쿨했을지 몰라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는 쿨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사람이다.

당신이고,

바로 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 질문을 들은 친구가 말을 이었다.

나는 원래 헤어진 사람한테 이렇게 미련떨지 않는단 말이야.


당연하다는 답을 주었다.

"그 사람은 전에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 사람인들 너랑 사귈 때 너한테 했던 행동이랑 지금 너한테 하는 행동이 같아? 감정이 다르면 행동이 다르지, 얼마든지. 어떤 사람이냐, 어떤 상황이냐, 어떤 감정이냐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게 너야.


웃게 되는 사람이 있으면 울게 되는 사람이 있고

만날 때 답답한 사람이 있는 반면,

즐거운 사람도 있는 것처럼.


누구냐에 따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하고 즐거워도 하는 그 모든 모습이 다 너라고.

전 남자를 쿨하게 보낸 사람도 네 모습이고, 이번 남자한테 미련 떠는 사람도 네 모습이야."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그럼 나 얘한테 연락해봐도 될까?


너답게 행동해.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고.

참아야겠으면 참고 참지 말아야겠으면 참지 말고.

어떤 것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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