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미 Sep 18. 2017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사랑받는 여자)

연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아니라, 나를 위한 진심.

열이 38도까지 올라서 내내 떨어지질 않았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편하지 않은 채

몽롱한 정신으로 몸이 아프다 했더니, 세상,


새벽 1시에 약국을 찾아 40키로 가량을 돌아다니

약과 쿨링시트를 사다주고 가는 것이었다.


온몸에 열이 펄펄 나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어찌나 미안하

세상 고맙던지...

남자를 대변하는 Kevin:
내가 겪는 고통이 아니기에
그 아픔을 다 알 순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미어져요, 매 순간 눈에 밟히죠.

그 찰나에도 내가 피곤하다는 게
미련스러울 정도로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절대 걱정을 안 하는 게 아니에요.

내 생활이 있어 여자친구의 곁을
24시간 온종일 지켜줄 순 없지만,
그게 아쉽고 서운해서
약을 사다주고 밥을 챙기고 병원에 데려가죠.
그것만으로도
여자친구를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그렇게 나는,

빠의 마음 덕분인지 다음 날 꽤나 나았다.

그 듬직한 마음에 안 나을 수가 없었달까.


다른 사람으로 인해 마음이 동요된다는 것

참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좋은 일에 진심으로 축하하고

남의 슬픈 일에 같이 아파한다는

말은 그럴 듯 해도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진정 내게 닥친 일은 아니기에.



얼마 전에는,

아파서 응급실을 가야 했다.


오빠가 데려다준다고 동행을 했는

내가 열이 오르고 오한이 들

어지러움에 구역질까지 하니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으로 스윽 닦아버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이었다.


리고는,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밥을 꼭 챙겨 먹었어야지! 병원 나가면 약 꼬박꼬박 먹고 밥도 다 챙겨 먹어! 어디 싸돌아다니지 말고 집에도 후딱 들어가고! 아프면 곧장 병원 가서 진료 받고! 엉!!?"


잔소리를 무진장 입에 달고 사는 엄마 덕

잔소리라면 귀를 막아버리는 내 눈에,

다다다다 쏘아붙이며 잔소리를 하는 오빠가 참 귀여워보였다,


눈물을 보인 까닭일까.



렇게, 오빠

내게 더욱 놓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SBS스페셜에서 <아빠가 임신했다>라는 특집을 했는데, 남편이 임신한 아내의 고통을 체험해보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아직도 머리에 남는 말 한 마디가 있다.


너 진짜 어떡하냐...


출산의 고통을 겪어본 남편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걱정에 걱정이 뒤엉켜 마음이 막혀버린 듯한 한 마디.


"고통을 내가 겪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말보다

진심어린 걱정이 담긴 말투의 저 한 마디가,

내게 한 말도 아닌

내가 다 위로되는 느낌이었다.



여자를 대변하는 Laura: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어요.
아마도 마음 혹은, 진심을 말하나봐요.

마음은 진심으로 통한다고들 하잖아요.
내가 아플 때
남자친구가 약을 사다주거나 병원에 데려가는 것을 고마워하는 건, 솔직히 미안하지만 행동 때문이 아니에요.
'이 사람이 나를 걱정하는구나', 하는 마음 때문이죠.

그 마음이 고마워 위로가 되고
감동이 돼요.

바라면 안 된다지만 소박하게 원하자면요,
남자친구의 모든 행동이 내게진심이었으면 좋겠어요.

연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아니라,
나를 위한 진심.

내가 여자친구라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 여자친구가 나이기 때문에
해주게 되는 것이었으면 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질문이 많아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