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과목이거든.
te**님께 이 글을 전합니다.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생기면서, 연애에,
이성이란 게 끼어들기 시작했을 거야.
감정적인 일을 이성으로 해결하거나
이성적인 일을 감정으로 해결하려 들면,
마음이랑 머리가 뒤엉켜버려. 복잡해진다고.
사실 연애는 '참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과목이거든.
얼마 전,
"지금 제가 이 연애를 지속하는 게 맞는지
감이 안 와서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고민상담 쪽지가 한 통 왔다.
여자는 취준생, 남자는 직장인
자주 만나지 못하는 커플 이야기.
하루는 보고 싶은 마음에 남자친구 회사 앞으로 찾아갔는데, 만난 지 30분 후,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이만 들어가자고 했다.
조금만 더 같이 있자고 했더니 하는 말이,
"너는 사회생활을 안 해서 몰라.
얼마나 피곤한 일이 많은 줄 알아?
나중에 데이트하자."
서운한 마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리고 돌아온 주말, 만나자고 연락했더니
주 내내 일에 너무 치여서
주말엔 쉬어야겠다고
다음 주말에 만나자는 반응만 돌아왔다.
(+) 간간이 연락할 때는
다정하게 말을 잘 한다는 덧붙임.
"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정상적인 커플이 맞나요?
이 만남을 계속 지속해도 될까요?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쓰레기라고 헤어지래요.
하지만 저는 아직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하거든요.
이해를 해준다고 해도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해를 해야 할지도 의문이에요.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결국 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연애에 있어서 답이란 없다.
내가 스스로 답안을 만들어내는 것일 뿐.
하지만, 두 가지 답안을 준비했다.
하나는, 평정심을 조금은 유지시켜 주고 싶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론적이고 원초적인 답안.
또 다른 하나는, 어쩌면 독자가 원하고 있을
내 남자친구의 시원한 현실적인 답안.
먼저, 나의 이론적 답안이다.
남자친구의 태도를 분석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건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만남을 지속해도 될까요?"에 대한
상황 대처방법이다.
이 상황을
감성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마음은 그 남자를 좋아한다고 외치는데
머리로는 그 남자랑 헤어지는 게 낫다고 외친다.
연애를 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가 아닐까.
얼마 전, 내 친구의 이야기다.
똑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였는데
결국 스스로 헤어짐을 택했고
지금은 그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연락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야.
눈 한 번 딱 감고 연락해볼까?"
"하고 싶은 대로 해."
"왜?"
ㅡ 원초적이고 신선한 물음이다.
왜냐니... 날 시험하는 건가?
"20대 초반에 하는 연애를 순수한 연애라고 칭하면서
왜 다들 그 때가 좋았다고 하는 줄 알아?
감정으로 만들어 낸 연애를 감정으로 엮어나간단 말야.
물론 그래서 자제력이 부족하고 실수가 많지.
경험이 쌓이고 후회를 반복하다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생기면서
연애에 이성이란 게 끼어들기 시작했을 거야.
그러다보니, 이젠 헷갈리는 거지.
감정적인 일을 이성으로 해결하거나
이성적인 일을 감정으로 해결하려 들면,
마음이랑 머리가 뒤엉켜버려. 복잡해진다고.
난 지금 서운한데 이 서운함을 표출해도 되나.
서운함을 표출했다가 괜히 싸움 만드는 건 아닐까.
그렇게 싸우다 보면 서로 지치게 될 거야.
그러면 이별로 치닫게 되겠지.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가자.
그래, 내가 포기하면 둘 다 편해.
사실 연애는 '참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감정으로 시작한 연애는 감정으로 똘똘 뭉쳐있어.
그러니까 서운하고 속상하다가도 행복하고
즐겁고 그러다가 슬프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화도 냈다가 그렇게 지지고 볶는거야.
수많은 감정으로 인해 지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연애야.
내가 하는 게 감정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연애라는 걸 알아야만 해.
이성적으로 참고 넘어갈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잘 들여다 보고 어떻게 표현할 건지 생각해 봐.
그런 의미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거야.
친구의 결론부터 알려주자면,
연락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감정이 더 크다고 했다.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감정을 따랐다.
지금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 따르되,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이 마음을 꼭
남자친구에게 전해야 한다.
진짜 헤어짐에 대한 고민은 그 후에 하면 된다.
남자친구가 대화 자체를 단절시키거나
이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을 때. 무엇보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배려 없이 짓밟으려 들 때는
가차없이 아웃이다.
ㅡ 그 때쯤이면 헤어져야겠다는 감정이 절로 생기지 않을까.
하지만 평소에는 다정하게 말을 잘 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마음이 잘 전달된다면 대화로 풀리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다.
자, 이제
내 남자친구가 보는 시각에서의 답안이다.
내 답안보다 오히려 더 속 시원하지 않을까?
ㅡ 꽤나 연애에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