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뭐가 그리 달라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꼭 연락하는 친구가 있다.
어릴 적부터 경쟁심리도 있었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사이.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내년, 5월의 신부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왜 그 오빠야랑?"
내 반응에 친구는 그저 웃었다,
내 질문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그래, 맞아. 너한테는 가장 힘든 연애였지만
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남자이기도 하지."
친구는 연애 초부터 울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중요한 건, 이 커플은 헤어져도 결국 다시 만났다.
ㅡ 인연은 모로 가도 도인가보다.
그랬더니 친구가 답했다.
"힘든 연애를 한 게 맞는데, 그래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헤어지면 울고 불고 아프고 드러눕고 그랬나 봐.
결혼하게 될 인연이어서."
인연이란 묘하고도 기괴한 것임이 분명했다.
친구의 상황도, 감정도 충분히 알기에
대꾸 없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는 왜?"
"나 왜?"
"너는 왜 지금 너네 오빤데?
너는 결혼을 생각해 본 게 처음이 아닌데
이번엔 다른 때랑 달리 너무 굳건하잖아.
그 사람이 뭐가 그리 달라서?"
의외의 물음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여태 궁금한 걸 참다 참다 터트린 모양이었다.
"아니... 니가 대답하기 곤란할까봐..."
이래서 여태 니가 내 친구구나, 싶었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네이버포스트든
너무 자주 보이는 글이 있었다.
<이런 남자를 만나라> 혹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남자> 또는, 여자.
언제 봐도 아무리 봐도
공감이 되지 않는 글인데 좋아요가 항상 많다. 왜지?
저런 글을 보면 매번,
똑같은 궁금증에 휩싸인다.
저 10개에 다 해당하는 사람을 만나란 걸까, 아님,
1개라도 해당하는 사람을 만나란 걸까?
가만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남자친구들의 모습은 이랬다.
ㅡ 몇 명만 꼽자면.
첫 번째 남자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장래희망이 좋은 아빠라고 했다.
두 번째 남자는,
내가 데이트에 늦자, 종이에 손목시계를 그려 주었고,
세 번째 남자는,
그저 웃음이 많고 언제나 활발했으며
가정에 대한 자신만의 애착 있었다.
네 번째 남자는,
나랑 같은 야구팀을 좋아해 야구시즌 내내
같이 응원을 다닐 수 있었고,
다섯 번째 남자는,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 섹시했다.
그리고 지금 남자는,
100일에 빼빼로 100개를 선물하고
200일에 누네띠네 200개를 선물하는 독특함을 지녔다.
그런 그들의 치명적 단점은 이렇다.
첫 번째 남자는,
이기적인 성격에 친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두 번째 남자는,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다.
세 번째 남자는,
열 받으면 상사에게 휴지 곽을 집어던지고 와서
내게 자랑을 해댔으며,
네 번째 남자는,
솔직하고 진솔하기보다는 뭐든 잘 둘러댔다.
다섯 번째 남자는,
누구에게나 어마무시한 막말을 잘 하고,
지금 남자는,
유일하게 저 위의 10개 항목에 다 해당되는 남자지만
나에게 레슬링 기술을 매.일. 연마한다^^
ㅡ 아파죽겠다, 진짜.
"세 번째 남자는.. 내 운명인 줄 알았어.
우리가 만나게 된 건 하늘이 엮어줬기 때문인 줄 알았고
처음 사랑했고 너무 사랑했고 많이도 울었지.
그런데, 그거 내 운명 아니더라고.
네 번째 남자는..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결혼 생각이 없어진 때에
만났지."
세 번째 남자는 명절에 서로 부모님께 인사도 가고
집도 구했지만,
집 구한 지 두 달 후, 내 인생의 제일 큰 이별을 맞이했고
네 번째 남자는
그 남자쪽 집에서 결혼을 서둘렀고
결국, 부담감으로 인해 헤어졌다.
내가 지금 이 남자와 결혼을 생각하는 이유는
저 위의 10가지에 다 해당돼서는 아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인지
이 사람만 10개에 다 해당되긴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길에서 춤을 출 때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춰 줄 남자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만나라, 혹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낯설고 어색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착한 사람이,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을
흔히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미움 받을 용기> 등의 책들이
성황리에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다른 친구가 연애 고민을 털어놓다 말했다,
ㅡ 언어 순화를 좀 해서 표현하자면,
"내 친구들이 자꾸 이 남자가 나쁜 남자래."
그래서 답했다.
"다른 사람에게 나빠보일 수도 있는 사람이
내 사람이 될 땐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거야.
신경 쓰지 마."
내가 지금 가장 사랑하는,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이 남자도
제일 처음 본 날엔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내게 애정 넘치는 마음에,
내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에게 있어 세상 가장 멋진 남자가 된 것일 뿐.
내 남자에게 나란 여자는,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일지 몰라도
다른 남자들, 혹은 전 남자친구들에게는
가장 못된 여자일지도 모르는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
조건이 필요하다면
그 사람 옆에서, 그와 같이 웃을 수 있을 때
내 옆에서, 나와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
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