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미 Sep 24. 2017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남자, 혹은 여자

그 사람이 뭐가 그리 달라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꼭 연락하는 친구가 있다.


어릴 적부터 경쟁심리도 있었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사이.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내년, 5월의 신부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왜 그 오빠야랑?"


내 반응에 친구는 그저 웃었다,

내 질문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그래, 맞아. 너한테는 가장 힘든 연애였지만
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남자이기도 하지."


친구는 연애 초부터 울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중요한 건, 이 커플은 헤어져도 결국 다시 만났다.

ㅡ 인연은 모로 가도 도인가보다.


그랬더니 친구가 답했다.

"힘든 연애를 한 게 맞는데, 그래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헤어지면 울고 불고 아프고 드러눕고 그랬나 봐.
결혼하게 될 인연이어서."

인연이란 묘하고도 기괴한 것임이 분명했다.


친구의 상황도, 감정도 충분히 알기에

대꾸 없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는 왜?"

"나 왜?"

"너는 왜 지금 너네 오빤데?
너는 결혼을 생각해 본 게 처음이 아닌데
이번엔 다른 때랑 달리 너무 굳건하잖아.
그 사람이 뭐가 그리 달라서?"


의외의 물음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여태 궁금한 걸 참다 참다 터트린 모양이었다.

"아니... 니가 대답하기 곤란할까봐..."


이래서 여태 니가 내 친구구나, 싶었다.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네이버포스트든

너무 자주 보이는 글이 있었다.

<이런 남자를 만나라> 혹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남자> 또는, 여자.


언제 봐도 아무리 봐도

공감이 되지 않는 글인데 좋아요가 항상 많다. 왜지?



저런 글을 보면 매번,

똑같은 궁금증에 휩싸인다.

저 10개에 다 해당하는 사람을 만나란 걸까, 아님,

1개라도 해당하는 사람을 만나란 걸까?


가만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남자친구들의 모습은 이랬다.

ㅡ 몇 명만 꼽자면.


첫 번째 남자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장래희망이 좋은 아빠라고 했다.

두 번째 남자는,

내가 데이트에 늦자, 종이에 손목시계를 그려 주었고,

세 번째 남자는,

그저 웃음이 많고 언제나 활발했으며

가정에 대한 자신만의 애착 있었다.

네 번째 남자는,

나랑 같은 야구팀을 좋아해 야구시즌 내내

같이 응원을 다닐 수 있었고,

다섯 번째 남자는,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 섹시했다.

그리고 지금 남자는,

100일에 빼빼로 100개를 선물하고

200일에 누네띠네 200개를 선물하는 독특함을 지녔다.


그런 그들의 치명적 단점은 이렇다.


첫 번째 남자는,

이기적인 성격에 친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두 번째 남자는,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다.

세 번째 남자는,

열 받으면 상사에게 휴지 곽을 집어던지고 와서

내게 자랑을 해댔으며,

네 번째 남자는,

솔직하고 진솔하기보다는 뭐든 잘 둘러댔다.

다섯 번째 남자는,

누구에게나 어마무시한 막말을 잘 하고,

지금 남자는,

유일하게 저 위의 10개 항목에 다 해당되는 남자지만

나에게 레슬링 기술을 매.일. 연마한다^^

ㅡ 아파죽겠다, 진짜.




"세 번째 남자는.. 내 운명인 줄 알았어.
우리가 만나게 된 건 하늘이 엮어줬기 때문인 줄 알았고
처음 사랑했고 너무 사랑했고 많이도 울었지.
그런데, 그거 내 운명 아니더라고.

네 번째 남자는..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결혼 생각이 없어진 때에
만났지."


세 번째 남자는 명절에 서로 부모님께 인사도 가고

집도 구했지만,

집 구한 지 두 달 후, 내 인생의 제일 큰 이별을 맞이했고


네 번째 남자는

그 남자쪽 집에서 결혼을 서둘렀고

결국, 부담감으로 인해 헤어졌다.


내가 지금 이 남자와 결혼을 생각하는 이유는

저 위의 10가지에 다 해당돼서는 아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인지

이 사람만 10개에 다 해당되긴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길에서 춤을 출 때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춰 줄 남자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만나라, 혹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낯설고 어색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착한 사람이,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을

흔히 알고 있지 않나?


래서 <미움 받을 용기> 등의 책들이

성황리에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다른 친구가 연애 고민을 털어놓다 말했다,

ㅡ 언어 순화를 좀 해서 표현하자면,

"내 친구들이 자꾸 이 남자가 나쁜 남자래."


그래서 답했다.

"다른 사람에게 나빠보일 수도 있는 사람이
내 사람이 될 땐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거야.
신경 쓰지 마."


내가 지금 가장 사랑하는,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이 남자도

제일 처음 본 날엔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내게 애정 넘치는 마음에,

내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에게 있어 세상 가장 멋진 남자가 된 것일 뿐.


내 남자에게 나란 여자는,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일지 몰라도

다른 남자들, 혹은 전 남자친구들에게는

가장 못된 여자일지도 모르는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에

조건이 필요하다면

그 사람 옆에서, 그와 같이 웃을 수 있을 때
내 옆에서, 나와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

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