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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밍 Oct 13. 2022

퇴사 결심

나의 마지막 회사, 안녕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가슴 한 켠 사직서를 품고 다니던 시절, 어떻게든 사직서를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는 명분과 이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기필코 꺼내 든 사직서. 서른 살 겨울에 회사를 나왔고, 강남역에서 회사로 걸어가던 길보다 현실은 더 살얼음판이라는 걸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23살, 남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직장인이 되었다. 교수님 추천으로 4학년 한 학기를 남겨두고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당시엔 운이 좋은 줄 알았지만 돌이켜보니 나에겐 달콤한 독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돌고 돌아 스물여덟, 세 번째이자 마지막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고 싶었던 회사 그리고 팀. 근데 난 왜 퇴사를 했지?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 롤모델이 없었다. 우리 팀엔 차장급 이상이 20명 중 절반이 넘었다. 그만큼 장기근속한 분들이 많았다. 적당한 연봉과 회사 네임벨류 그리고 기혼여성에겐 너무 중요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조건으로 보면 나에게 부족함 없는 회사였다. 회사생활이 잘 맞는 누군가가 내가 다녔던 회사를 다닌다고 하면 기꺼이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겐 그들 중  '저분의 커리어를 따라가고 싶다'란 분이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의 루트가 잘못됐다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건 내 길이 아니었다. 나와 맞지 않은 옷이었고, 그 옷이 불편했을 뿐이었다.  


두 번째, 업무 특성상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가 아무리 일을 해도 결국 상사의 컨펌이 있어야 일이 진행됐고 이건 진급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 그저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언제든 대체 가능하게 될 것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 또는 가치를 잃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느꼈다. 나는 생각보다 내 존재감이 드러나는 일을 좋아하는구나. 그러려면 내 일을 해야 하는구나.     



회사에서 느낀 공허함은 단순히 이직한다고 해서 채워질 부분이 아니었다. 이직은 선택지에 없었다. 애초에 세 번째 회사를 들어갈 때 난 이곳이 나의 마지막 회사 생활이란 걸 직감했다. 그렇다면 난 어떤 내 일을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양가 부모님의 사업적 도움을 받아 두 가지의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독서실과 스마트 스토어. 독서실은 장소와 대략적인 계획을 잡은 상태였고, 스마트 스토어 또한 전체적인 개요는 잡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멋지게 살겠다며 패기 넘치게 회사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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