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데스크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엉덩이 한 쪽이 아픈 좌골신경통 증상은 11월 말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증상에 호전이 없어서 1월 초에 MRI 촬영을 하였고, 요추 추간판탈출증 (디스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큰 진전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다 2월 초에 잠에 들기 힘든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불행하게도 모션데스크는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 이후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는 2월에 곧바로, 집에서 쓸 모션데스크는 7월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잘못 된 교훈을 주는 속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즉에 대비를 해 놓았어야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입니다. 미리 미리 대비하라는 교훈을 주려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소를 잃은 아픔을 겪은자만이 외양간을 고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실패로부터 배우라고 학습받아 왔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실패를 겪은 사업가들을 모아놓고 실패 경연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시험을 본 뒤 오답노트를 작성합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실패를 다룬 징비록을 작성했습니다.
저도 디스크가 다 탈출하고 난 뒤에 모션데스크를 구비했습니다. 동료와의 교류가 거의 없이 혼자 앉아서 일하는 제 업무의 특성 상 일상생활의 자세교정에 모션데스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모션데스크를 구비했을 당시에는 저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너무 늦은게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모션데스크를 구비했던 결정이 가장 빠른 결정이었습니다. 약의 강도를 올리고,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고, 본격적으로 자세교정을 시작했을 때 모션데스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모션데스크는 구비하는 것 보다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허리디스크 환자가 모션데스크를 구비해야하는 이유는 앉아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용도이고, 모션데스크를 사용하는 것은 앉지 않고 서서 일하거나 생활하기 위함입니다. 모션데스크를 구비해놓고 앉아서 일하는 자세를 계속하게 된다면 모션데스크를 쓰는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서서 일하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앉아서 생활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서 일하는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습니다. 다리 간격은 어깨간격보다 좁게, 짝다리를 짚지 말고, 가슴은 당당하게 핀 자세로 (자연스럽게 허리와 등이 펴집니다), 고개는 살짝 들은 상태로 서 있어야 합니다. 서 있는 자세에서 허리를 구부리느니 차라리 앉아있는 자세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지속해서 서 있는 자세도 허리에 좋지도 않습니다. 주로 서서 일하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조금 앉아서 쉬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돌아다니거나 해 줘야 합니다.
처음 세팅할 때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위치를 조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션데스크로 모니터의 위치를 높이다가 키보드, 마우스를 받치는 팔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허리디스크 뿐만 아니라 목디스크도 걸리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리와 목은 척추로 연결되어 있기 떄문에, 허리디스크가 있다면 목디스크도 같이 발병되기 쉽습니다. 이럴 경우에 높이조절이 되는 모니터를 구비하던지, 모니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모니터암을 구비하던지, 그래도 여건이 안된다면 두꺼운 책으로라도 모니터의 위치를 조정시켜야 합니다.
모션데스크 구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설치하기가 매우 번거롭다는 점입니다. 허리아픈 사람이 모션데스크를 끌고 올 수도 없고, 설치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돈을 쓰거나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른 장에서 후술하겠지만, 주변사람들이 허리디스크 환자가 겪어야만 하는 일상생활의 변화를 도와주는 것은 더 빠른 회복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소개될 아이템들:
3) 탁상쓰레기통과 집게
4) 찜질기
5) 고양이 모래삽
6) 백년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