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재활에 도움이 되었던 행위

병원쇼핑, 운동안하기, 자세교정

by 호모디스크

병원쇼핑


허리디스크가 발병하기 전에 다니던 재활의학과가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특별히 아픈 증상은 많이 없었습니다. 턱걸이를 하다가 목주위 근육통증이 있었던 때가 있었고, 치료를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도 친절하고 병원도 쾌적해서 주위 지인들에게도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허리디스크라는 질환을 잘 치료하는 병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신경차단술 (스테로이드) 주사를 2번 놨지만 별로 좋아지지는 않았고, 무슨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량'의 스테로이드만 사용했습니다. 의학적 이유가 있는 것 같았지만, 대학병원이나 다른 병원에서도 그 이유를 잘 이해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같은 곳에서 물리치료를 권했지만 차도는 없었고, 도수치료를 했지만 '허리의 유연성'을 기르는 치료를 하다가 상태가 더 악화되었습니다. 처방해주는 약물도 진전이 없었습니다. 상태가 계속 좋아지지 않는다면 상급병원에서 신경성형술(시술)이나 감압술(수술)을 해야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병원쇼핑을 했습니다. 사실 병원쇼핑은 논란이 있어 잘 내키지 않았었습니다. 의료행위를 '쇼핑'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원장님이 나를 잘 안다는 믿음이 있었고, 집과 가까워 이용하기도 편리했습니다. 기존의 의료기록을 통째 가져가야 하는건 아닌지 하는 불편함과 생각도 있었습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MRI사진만 가져가면 되는 거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지인이 잘 알고 있는 정형외과를 갔습니다. 거기서도 수술을 해야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다만 그 정형외과는 신경차단술을 제공하지 않아 치료와 수술과 관련한 답을 듣기 위해 대학병원 정형외과에 예약을 잡아주었습니다.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최소 7주일 간의 관찰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권한다고 해 최종적으로 수술을 권하지 않았고, 신경차단술 시술을 제대로 받은 것 같지 않아 같은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 예약을 잡아주었습니다.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서는 예약이 많아 1달 내에는 신경차단술 시술이 불가하다고 하였고, 대신 대학병원이 잘 알고 있는 재활의학과에 당일 예약을 잡아주었습니다.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선생님에 따르면 자기보다 신경차단술 주사를 잘 넣는 의사선생님이라고 하였습니다. 참고로 제가 방문했던 대학병원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는 세계 20위 이내였습니다. 소위 '월클'의 인정을 받는 동네병원이었던 것입니다.


이전에 다니던 재활의학과나 새로운 재활의학과나 같은 층위의 동네병원이었지만 허리디스크와 관련한 임상경력이 달랐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재활의학과는 신도심에 비교적 젊은 의사선생님이었고,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였습니다. 건물 인프라도 좋고 환자들 리뷰도 많았습니다. 새로운 재활의학과는 구도심에 비교적 연식이 있던 의사선생님이었고 보다 건물이나 시설이 낡고 관리가 안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엘레베이터는 삐걱거리고 간판은 10년동안 바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병원 정수기에서 계속 소리가 나는데, 주임원사의 포스를 풍기는 간호사 선생님께서 정수기를 통째로 들고 흔들더니 정수기소리가 나지 않았던 대목이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재활의학과 정수기는 물 나오는 소리도 잘 안들릴 정도로 좋았습니다. 소셜미디어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실력있는 병원은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딱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총 4번의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았습니다. 2월 7일에 아프기 시작했고, 3월 5일에 첫번째 시술을 받았습니다. 3월 14일에 허리베개를 사용해 통증이 많이 좋아졌고, 3월 19일 (2주 간격)에 두번째 시술을 받았습니다. 4월 9일(3주 간격)에 세번째 시술을 받았습니다. 5월 7일(4주 간격)에 네번째 시술을 받았습니다.


신경차단술 스테로이드 주사는 1년에 2주 간격으로 1~2번이 권고가 되고 최대 2~3번 정도 맞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너무 많이 맞으면 부작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환자마다 처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체외충격파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로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권하지 않으셨던 걸 보면 신경차단술 4회가 의료비를 부풀리기 위한 과잉진료였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신경차단술 시술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다 낫게 되었는지는 확실치가 않았었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듯이 허리베개를 사용하고 난 뒤 통증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시술을 받고난 당일에는 좋았던 것 같은데, 바로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날 때 아프던 통증은 그 전날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허리베개 사용 후 두번째 시술을 받은 뒤 부터는 보다 빠르게 회복했던 것 같습니다.


허리베개와 관련된 이야기도 재활의학과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주사를 잘 맞고 환자 본인에게 맞는 의약품을 처방받았기 때문이지 허리베개로 치료효과를 봤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허리베개를 사용했지만 신경차단술 시술을 받았었고, 의약품 처방도 먼저 다니던 재활의학과,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받은 것과 다르게 바꿨습니다. 즉, 허리베개, 신경차단술, 의약품 처방이 함께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경차단술과 의약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수술 없이 허리디스크를 극복할 수 있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운동안하기


앞으로 다루는 글에서도 지속해서 얘기하겠지만 우리는 작위를 통해 상황을 바꾸어나가려고 노력합니다. 무작위를통해 상황을 개선한다는 것은 겪어본 적도 없고, 간접경험도 적으며, 신체와 목숨이 달려있는 일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리디스크도 똑같습니다. 어떠한 특정한 행위(특히 운동)가 도움이 된다면 그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건 불편해하지 않는데,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얘기는 매우 불편해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심지어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도 '운동처방'이라는 걸 합니다. 대퇴부의 '이상근'을 풀어주기 위해 다리와 엉덩이를 펴주는 운동을 매일 2~3번씩 하라고 권합니다. 당시 물리치료, 도수치료도 병행했지만 이 '운동치료'도 상태를 악화시켰던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치료를 멈추고 허리베개, 신경차단술, 의약품 처방으로 나았습니다. 이후 3달동안 걷기운동만 했습니다. (물론 아직 허리디스크 치료에는 해답이 나왔지 않기 때문에 운동처방이 맞는 환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2월 7일 첫 심한 통증이 나던 바로 전날 밤에 운동을 했었습니다. 허리디스크에 웨이트운동이 좋지 않다고 해서 1달 동안 웨이트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전혀 차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 않는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했고, 오랫만에 전신 웨이트운동을 아주 가벼운 무게로 했습니다. 지금 보니 정선근교수가 하지 말라는 '허리찢는 운동'만 골라서 다 했던 것 같습니다.


허리디스크 환자들 중에는 유독 운동을 하다가 다친 환자들이 많습니다. 주변에서도 크로스핏이라는 매우 과격한 웨이트운동을 하다가 다친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크로스핏으로 조금 다쳤던 친구가 있었는데 운동으로 다친건 운동으로 낫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다가 수술까지 했습니다. 확실한건 과도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는것이 허리디스크의 치료보다는 허리디스크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겁니다.


운동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운동으로 근육을 잘 키워놓으면 일상에서 부상을 당할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건강유지에 운동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허리디스크 처럼 심한 부상을 당한 환자들은 운동을 쉬어야 합니다. 한겨울에 감기나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야외 10km 달리기 치료를 하지는 않습니다. 운동이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기는 1주일정도 쉬면 낫지만 허리디스크는 개인마다 그 기간은 다르겠지만 '개월' 단위로 쉬는 느낌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헬스장 관장님께 운동선수들은 허리디스크 걸리면 어떻게 치료하고 재활하냐고 물어봤습니다. 운동선수들은 운동으로 낫는다고 합니다. 해버지 박지성 선수도 무릎에 물이 찼지만 훈련강도를 하향조정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도 더 열심히 운동을 하라고 권유를 하셨지만 그 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나는 운동 후에 아픈걸 보니 운동선수는 아니겠구나". 저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박지성 선수 같은 전문 운동선수는 아닙니다.


자세교정


며칠 전 웨딩촬영을 갔었을 때의 일입니다. 촬영작가님께서는 제가 서있는 자세가 너무 뻣뻣하다며 등을 뒤에 붙이고 다리를 꼬고 허리를 숙이라는 것입니다. 근 9개월만에 처음 취해보는 아주 이상한 포즈였습니다. "이건 좋은 자세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는 순간 촬영작가님께서는 "지금 자세 너무 좋습니다. 촬영 들어갈게요"라고 하며 카메라 셔터에 검지를 눌렀습니다.


몇달 전 친구들과 MT를 갔었을 때의 일입니다. 미니게임으로 탁구를 쳤습니다. 탁구는 이래 저래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좋은 운동은 아닙니다. 프로 탁구선수가 아닌 이상 탁구공이 너무 땅바닥으로 자주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탁구공은 집게로 집기도 너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에게 허리디스크환자를 위해 탁구공을 집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미 MT를 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나았던 상태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탁구공이 내 쪽으로 떨어지면 무릎을 굽힌 스쿼트자세로 탁구공을 잡았습니다. 친구들은 제 탁구실력이 아닌 탁구공 줍는 실력에 감탄했습니다. 탁구공 줍는데 허리를 한번도 굽히지 않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좋은 자세가 어떤 것인지는 우리 모두가 의식하고 있지만, 나쁜 자세는 무의식의 영역에 있습니다. 나쁜 자세를 지양하고 좋은 자세를 지향하려면 꾸준히 의식하는 것 밖에는 다른 답이 없습니다. 통증이 일상화 되기 전에 자세교정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일 할때는 모션데스크를 쓰고, 다리를 계속 풀어주며 자세를 다시 잡아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 자체가 치료에 효과가 있기 보다는 화장실을 자주 가야하기 때문에 자세를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되는 일이 많아지기 떄문입니다.


퇴근하고 난 뒤에는 정자세로 앉아 밥을 먹거나 TV를 봤고, 후술하겠지만 여가시간을 걷는 일로 주로 보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나쁜자세를 취해던 일도 없던 것 같습니다.


잘때는 허리베개 때문에 정자세로 누워있는 자세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옆으로 돌아 눕거나 엎드려 눕게되면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려 통증이 시작하기도 했을 뿐더러 그런 자세로는 허리베개의 효과를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한 자세를 의식해 유지하는것이 어려워 간혹 옆으로 눕기도 하지만 허리를 구부림으로 인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허리를 똑바로 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몇 달동안 바른자세를 고집하다 보니 바르지 않은 자세는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마치 '자세'라는 컴퓨터를 통째로 포맷해버린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오히려 통증이 심했던게 바른자세를 유지하는 비결으로 작용했습니다. 허리가 아프기 전에는 그렇게 앉아서 다리를 꼬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다리를 아얘 꼬지 않을 뿐더러 남들의 다리꼬는 자세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다리가 타는듯한 고통을 겪고난 뒤 바른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위에만 하더라도 허리디스크를 심하게 앓았음에도 자세가 틀어진 지인들이 많습니다. 서있는 자세에서 짝다리를 집기도 하고, 다리 꼬는건 기본이고, 소파에 비뚤하게 누워있는 것도 봤습니다. 몇 개월동안의 재활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도 이제는 습관으로서 자리잡은 바른자세를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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