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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보라 Nov 28. 2021

우리의 심야 파티.


2017년 12월 어느 금요일 밤 10시 5분 전.

1층에서 바라본 2층 건물 상가 전체가 불이 꺼져있다.

깜깜한 상가 입구 앞에서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려고 하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 미리 주문한 요리를 배달 온 배달맨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였다.

상가 앞문에 있던 나는 능숙하게 뒷문 주차장으로 가서 배달 음식을 받았다.


다시 상가 앞문을 향하는 길.

2층 작은 가게의 불빛이 켜졌다.


난 들뜬 마음으로 그사이 열린 상가 앞문을 통과해 2층 계단을 오르려고 하자 깜깜한 계단이 환하게 켜진다.

마치 깜깜한 무대 위에 주인공이 등장하자 핀 조명 하나가 그를 비춰주는 것처럼 말이다.

계단의 성능 좋은 센서 등 덕분에 기분 좋아진 사이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보라 씨~!"

뒤돌아 보니 모임 멤버다.

"언니 왔어요~"


환한 얼굴로 벌써 흥이 느껴지는 언니와 함께 2층 우리 모임 장소인 작은 뜨개 공방으로 들어갔다.

공방에 여자 5명이 모이자 조용한 상가에 우리의 웃음소리가 울림통처럼 퍼져나가는 듯했다.


뜨개 공방 선생님, 나와 동갑인 선생님 딸, 딸의 절친 A, 나 그리고 나보다 뜨개 선배인 S 언니다.

선생님이 미리 선곡한 겨울 음악이 플레이되고, 각자 준비한 음식, 음료와 술, 파티 장식품이 테이블 위에 제멋대로 올려져 있었다.



잠시 후 능숙한 솜씨로 그럴듯한 파티 테이블이 완성되었고, 파티 장식품으로 챙겨 온 머리띠를 한 개씩 하고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들고 벌써 취한 듯 발그레한 얼굴에 상기된 표정으로 사진 찍기 바빴다.


이 모임을 주도하신 공방 선생님께서 건배사를 하셨다.

"우리 공방의 핵심 멤버들과 사랑하는 딸과 친구 A 한 해도 수고했고 내년에는 더 건강하자. 짠~"



"와~~"

첫 맥주 한 모금이 아주 시원하게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카~

맥주 광고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청량함과 안주로 준비된 레몬즙에 샤워한 굴 한 점이 아주 맛있었다.


다들 업된 기분과 맛있는 안주 그리고 즐거운 분위기에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한참 흥이 오르자 우리끼리인데 뭐 어떠냐고 하며 노래방 마이크가 등장했다.

만능 재주꾼 공방 선생님의 멋진 노래와 선생님의 흥을 그대로 유전받은 딸은 완벽한 듀오처럼 노래와 춤이 일품이었다.

몸치인 나와 그 외 두 사람은 탬버린과 손뼉 치기 바빴다.



넘치는 즐거움 속에 가슴이 뭉클했다.

단순히 뜨개를 배우고자 들린 공방에서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고 또 이렇게 가까워질 줄 몰랐다.


공방에 들어가면 방금 전까지 현실이 아니었다.

아무 고민도 걱정도 없이 바늘 한 땀에 집중하며 오로지 뜨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즐거웠다.

그리고 공방을 나서면 다시 현실이었다.

공방이 이렇게 내게 세상 속 은신처 같았고 이들을 만나 행복했다.


캐럴이 나오자 우리 모두 어깨동무하며 극기훈련 마지막 날처럼 서로를 향해 외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



우리의 2시간 심야 파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뜨개 선배와 같이 집으로 가는 길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추운지 모르고 걸어갔다.


가족이 아닌 공부로 만난, 일로 만난 사람들이 아닌 정말 취미로 만난 사람들과의 파티는 처음이었다.


난 그해 초여름쯤 우연히 아파트 상가에 있는 이 공방을 다니게 되었고, 그곳에서 쌓은 추억이 정말 많다.


심지어 나의 첫 책 <다행이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를 쓰게 된 계기를 얻은 공방이다.

2020년 책이 나오고, 그 해 이사를 하기 전날 공방에 들려 선생님께 책을 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선생님도 내 이야기를 듣고 감동이라며 이렇게 이쁘게 살아서 좋다고 하시며 안아 주셨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면 가끔 심야파티를 했던 공방 그리고 함께 웃고 떠들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니..

조만간 공방이 있는 상가가 재건축된다고 했다.

선생님이 그 공방을 정리하시기 전에 들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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