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사진을 보면 동글동글한 얼굴에 까만 피부 그리고 작은 외꺼풀 눈이 딱 봐도 동양인이구나 싶게 생겼다.
어릴 적 엄마랑 둘이 외출을 하면 우리를 모르는 사람은 “조카예요?”라고 엄마에게 물었다.
매번 난 “우리 엄마인데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면 돌아오는 건 싱거운 웃음소리였다.
어디서 듣기로는 산모가 싫어하는 사람을 아기가 닮는다는데 엄마가 시집살이로 힘들어 친할머니를 미워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친할머니를 많이 닮았다.
시골에 살았던 나는 학년마다 2반까지만 운영되었던 작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아마 어버이날 기념 부모님이 한복을 입고 참여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날 학교에서 본 엄마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흰색과 분홍색으로 된 고운 깨끼 한복을 입은 모습은 정말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오는 선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빛이 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뭔가 아우라가 느껴졌는데 그 아우라가 뭘까 생각해봤는데 품위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날 내가 정문에서 걸어오는 엄마를 봤을 때 보였던 후광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알았다.
우리 엄마 참 예쁘다.
‘엄마는 예쁜데 왜 난 할머니를 닮은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도 아마 그때쯤인 것 같다. 이때부터 난 엄마가 제일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시끄럽지 않고 수줍게 웃는 엄마의 표정과 함께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아빠가 엄마가 반한 모습이 이런 게 아녔을까 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반면, 동생들은 엄마와 외할아버지를 닮아서 큰 눈에 쌍꺼풀이 있는 예쁜 눈을 갖고 있다. 우리 집 여자들이 함께 있으면 나만 작은 눈에 외꺼풀이라 사춘기 시절 내 눈이 정말 싫었다.
사춘기 때부터 외꺼풀에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테이프도 붙여보고 눈두덩이 살을 찔러보기도 했다.
애쓰는 내가 짠해 보였는지 아빠는 본인도 스무 살이 되던 해 쌍꺼풀이 생겼다고 나도 곧 생길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며 날 위로했다.
하지만!! 내 나이 서른 살까지도 내 눈두덩이는 접힐 생각을 안 했다.
이후 하늘도 내 마음을 짠하게 생각했는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외꺼풀에 주름이 생기더니 자연스레 쌍꺼풀이 생겼다.
이 변화는 노화의 증거일까. 아님 뒤늦게 하늘에서 불쌍하다고 나에게 옛다~하고 주신 선물일까.
한동안 쌍꺼풀 있는 여자라고 동생들과 엄마에게 확인시키고 우쭐해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게 뭐라고 쌍꺼풀에 기분 좋아했던 내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다.
이제 쌍꺼풀은 생겼지만 난 그때 한복 입은 엄마의 후광을 갖고 싶다는 미련이 아직도 있다. 지금은 나이 들고 작아진 엄마지만 엄마의 리마인드 웨딩 때 다시 한번 엄마의 아우라를 느꼈다.
그 아우라 어떻게 하면 나도 가질 수 있을까?
엄마를 참 닮고 싶다. 엄마 비결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