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린 남의 김밥

발단이 되다.

by 보라보라

한동안 뜨개에 빠져있던 때가 있었다.

그날도 뜨개 공방에서 선생님과 즐거운 수다를 떨면서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A 회원님이 공방에 도시락을 싸오셨다.

즐거운 표정으로 A회원이 활짝 열어놓은 도시락 안에는 집에 싼 김밥이 가지런히 앉아있다.


A 회원 “제가 손이 작은가 봐요. 공방에 오면서 도시락 한통만 싸왔네요. 딸내미 공부한다고 도시락 싸다가 선생님 생각나서 왔어요.”

선생님 “귀한 김밥이네~. 콩 한쪽도 나눠 먹으라고 하는데 같이 먹자~.”

나 “아니에요. 선생님 드세요. 전 괜찮아요~”


계속 사양을 했지만 한 개라도 먹어야지 안 그럼 정 없다는 말씀에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몇 개 김밥을 함께 먹었다.

‘어?! 우리 엄마 김밥 맛이야.. ’

A회원님께 우리 엄마 김밥처럼 맛있다고 칭찬해 드렸다.


그런데 주책없이 내 눈이 갑자기 촉촉해졌다.




어린 시절 소풍이나 운동회나 집에 잔치가 있을 때면 무조건 함께했던 김밥. 그리고 분주한 분위기 속 엄마의 따뜻한 뒷모습이 생각났다.

엄마표 김밥 안에는 단무지, 맛살, 김밥용 햄, 두툼한 계란, 얇게 썰렸지만 단체로 합석했던 주황색 당근, 녹색 담당은 시금치나 가끔 오이로 밥과 함께 한 팀이 되어 있었다.


소풍날 우리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다고, 함께 열어 놓고 먹던 도시락 중 내 도시락이 제일 먼저 바닥을 드러냈던 기분 좋은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너무 오랜만에 맛본 탓일까, 아님 나도 음식을 먹다 누군가 그리워할 나이가 된 것일까? 많은 생각과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 무뚝뚝하게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나 엄마 김밥 먹고 싶어!”

“뜬금없이 김밥 타령이야. 내일 집에나 와!”


다음날 친정집 식탁에는 김밥 여러 덩이가 쌓여 있었다.

“엄마! 나 어제 김밥 먹다 엄마 생각나서 울 뻔했어. 미쳤나 봐.”

“어제 전화받자마자 김밥 먹고 싶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네~”

“옛날에 엄마 김밥이 제일 맛있었는데 오랜만에 집에서 싸온 김밥을 먹어서 그랬을까?”


반가운 엄마표 김밥을 허겁지겁 먹지 않고 하나하나 맛보며 행복한 저녁 식사를 했다.

“엄마, 나중에 엄마 김밥 먹고 싶으면 어쩌지? 어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있을 때 잘 하슈~. 엄마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외할머니가 차려준 밥이 그립더라.”

“엄마, 근데 나 나름 효녀 아녀??”

“..... 사위 꺼도 싸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도 나중에 엄마를 그리워할 땐 어떻게 하지? 김밥 하나도 엄마한테 싸 달라고 해야 겨우 먹는데.. 난 요리는 형편없는데... 이제 와서 엄마 손맛을 따라갈 수 있을까? 레시피라도 받아 놓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결국 내가 엄마 손맛을 배우는 것보다는 엄마에 대한 추억을 글로 남겨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난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을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