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
요즘 4살 조카가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미운 4살이라고 하더니 이제 시작인 건가 하고 불안했다. 이 귀여운 녀석과 함께하면 정신이 없거나, 녀석의 혼나는 모습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니 나도 어릴 적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과 함께 다정했지만 훈육할 때 매우 엄격했던 엄마가 생각난다.
난 보통 혼난 기억은 나의 반찬투정, 옷 투정, 잠투정 등 그 외에는, 옆집에 살던 사촌형제와의 싸움 말곤 특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사촌 형제들과 왜 그리 맨날 싸웠을까 싶은데, 그 사촌 형제들은 나와 한 살씩 위아래로 나이 차이가 난다. 아마도 장난감이나 놀이를 할 때 네가 먼저다, 내가 먼저다 하면서 티격태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모두를 압도시킬 세상 큰 목소리로 누가 잘못했든지 사촌형제와 나를 함께 훈육했다.
“옆집 살면서 사이좋게 지내야지! 양보도 안 하고, 먼저 때리고, 억울하다고 무조건 이르지 말고!!”
이렇게 셋이 놀다 싸우고, 혼까지 나고 나면 나는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해서 울면서 터덜터덜 집으로 갔다. 그때 집으로 가면 제일 먼저 날 위로해주는 분은 할머니였다.
“또 싸우고 왔냐? 민우 오빠랑 건우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네 엄마 또 열 냈것다.”
난 아무 말없이 할머니 품에서 안겨 훌쩍이다 할머니의 토닥토닥에 잠이 들기도 했다.
할머니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때는 엄마한테 가서 말없이 우두커니 엄마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럼 엄마는 날 투명인간처럼 그냥 그대로 세워두고 하시던 일을 한다. 그리고 일이 다 마무리되면 나에게 와서
“오늘 혼난 게 억울해도 네가 싸운 게 중요한 거야. 서로 양보만 했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 엄마는 좋아서 때렸겠냐~.”라고 하시며 날 폭 안아주신다.
‘힝... ’ 외꺼풀의 내 작은 눈은 울기도 잘 울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우느라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고 말없이 안아주셨다. 아마 위로의 포옹이 아녔을까..
사촌 형제들과 싸우느라, 엄마한테 혼나느라, 억울해서 우느라 하루에 세 번이나 에너지를 쏟은 날은 밤에 완전 꿀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난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사촌 형제들과 또 언제 싸웠냐는 듯이 신나게 놀았다.
조카 녀석이 또 혼났나 보다. 나에게 “이모~”하고 울면서 안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짠한데 제 자식을 훈육한 여동생의 마음은 어땠으랴..
어렸을 적 그때 엄마가 “좋아서 때렸겠냐~”했던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 엄마 마음도 얼마나 아팠을까 이제야 조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