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최고의 선물
다가올 크리스마스로 분주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여동생이 조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아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포장해서 보내야 한다고 분주했다.
어떤 걸로 준비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어땠지? 생각해 봤다.
나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 난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지? 그냥 자연스레 ‘엄마가 준비한 선물이 곧 산타가 준 선물이라고 하는구나’라고 아무렇지 않게 알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산타가 없다는 사실에 낙담하거나 난 착한 어린이가 될 필요가 없구나 등 사실을 알게 된 후 억울해하거나 화가 나진 않았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때 받은 선물 중 생각하는 선물은 큰 호박인형과 과자종합선물세트다. 특히 과자종합선물세트를 받으면 온 가족이 함께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시골에 살 적에는 동네에 슈퍼가 많지도 않았고, 도시보다 물건도 많지도 않았다. 특히 도시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자도 시골에서는 없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는 동네 슈퍼에도 커다란 반짝이는 화려한 포장이 된 박스들이 몇 박스씩 쌓여 있었다. 박스가 쌓인 슈퍼를 지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선물세트에는 어떤 과자가 들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가 있을까? 아님 할머니가 좋아하는 쌀 과자가 들어 있을까.. 아빠가 좋아하는 버터 과자? 아님 내가 좋아하는 과자가 두 개 더 들어있을까??’ 슈퍼를 지나치면서 혼자 참 행복한 상상을 했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내 베개 위쪽에 놓여있을 선물이 과자 종합 선물세트이길 바라며 눈을 딱 떴을 때 나의 예감이 맞으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 하루의 시작이 정말 좋았다.
우와!
라는 감탄사와 함께 분주하게 반짝이 포장지를 뜯어낸다.
포장지를 뜯으며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박스를 열어보니, 초콜릿 과자가 2개, 아빠 버터 과자는 1개, 쌀과자, 그리고, 풍선껌도 있네!! 엄마가 좋아하는 짠맛 과자도 보였다. 그럼 난 선물세트를 들고 거실로 나가 인심 쓰듯 말한다.
“할머니, 내가 쌀과자 줄게요. 엄마가 좋아하는 과자도 있으니깐 이건 엄마 꺼!”
아침을 드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빠, 엄마는 온화한 미소로 날 쳐다봐주셨다.
그리고 신이 나서 나는 잠옷만 입은 채 옆집으로 뛰어갔다. 그럼 사촌 형제도 나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서로 자랑을 하기 바쁘다.
“오빠, 건우야! 나 과자 종합 선물세트 받았어!!”
사촌 오빠는 “나도 받았어!!”
사촌 동생은 “누나, 쌀과자 바꿀래?”라고 말하면서 서로의 과자를 비교하며 기분 좋게 떠들었다.
이날만큼은 사촌 동생에게 “그래, 누나가 바꿔줄게”라고 하며 꽤나 큰 인심 쓰듯 교환을 해줬었다.
그때 그 과자는 이제는 편하게 아무 때나 사 먹을 수 있지만, 그때 그 기분과 행복했던 마음은 다시 얻을 수 없는 것 같다. 이젠 나의 추억의 과자 종합 선물세트인 것이다.
그때는 그 과자가 연말을 행복하게 해 줬었는데.. 지금은 나에게 무슨 선물이 가장 기분 좋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에게도 내가 직접 선물 하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