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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보라 Jan 02. 2020

응답하라, 그 골목 그 사람들

이웃사촌

tvN <응답하라 1988>을 보면 그 시절 우리 모두 생각나게 하는 그들이 있다. 내가 그들이 될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그들 또한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빠, 그리고 자녀다. 그들은 바로 옆집, 앞집, 옆 옆집 정겨운 이웃사촌이었다.     




시골에서 살 적에는 집성촌의 성격이 강해서 그냥 이웃사촌이라 할 것 없이 정말 다 친척 사이였다. 하지만 부천으로 이사 오면서 우리 가족은 새로운 곳에서 정착을 해야 했다. 둘째 외삼촌이라는 행운의 카드 덕분에 우리는 외삼촌의 바로 옆 동네로 터를 잡았고, 그 동네는 삼촌의 배려 덕에 아담하고 공원이 있는 예쁜 동네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부천의 첫 번째 집에서 7년을 살았다. 3층짜리 주택으로 총 5가구가 살았다. 1층에는 동경이네, 희민이네, 2층 희재네, 우리, 3층 민영이네가 살았다. 


한 가구당 애가 둘이 기본이었고, 우리 집만 나 포함 애가 3명이었다.      

운 좋게도 우리 집 이웃사촌들은 우리 부모님 또래였다. 그래서 더 빨리 편하게 친해진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애들 중에서 내가 제일 큰애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랑 어울릴만한 친구는 이웃사촌 중에는 없었다. 다 내 동생들 또래였기에 난 오히려 유치원 선생님이 된 것처럼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 있을 때는 통제하느라 정신없었다.      


우리 집에는 마당이 있었고, 그곳에는 어른 6명은 앉을 수 있는 평상이 하나 있었고, 작은 화단이 한편에 있었다. 옛날 집 마당을 회상하니 미소가 번진다.      



평상에서는 유치원 끝나고 모인 꼬마들, 더운 여름 휴일에는 어른들이 나와서 그늘 밑으로 옮긴 평상에서 수다 떨던 모습, 엄마들이 한상 차려서 평상에서 애들이랑 다 같이 밥 먹었던 모습, 마당 한편에 튜브로 작은 수영장을 만들어서 다 모여 놀게 했던 모습, 다섯 가족이 다 모여서 평상 옆 바닥에 큰 돗자리를 펴놓고 온 가족이 다 모여서 삼겹살 구워 먹던 모습.. 겨울에는 눈싸움하거나 각자 만든 눈사람을 일렬로 세워놓기도 하고 큰 눈사람을 함께 만들기도 했던 그때.. 정말 즐거웠던 추억뿐이다.      


또, 작은 화단에 장난으로 참외를 먹고 씨를 심었는데 다음 해에 정말 작은 참외가 열렸다. 그래서 그 작은 화단에서 참외를 따 먹은 기억, 엄마들이 봄에 작은 화분을 심어서 예쁜 꽃을 다 같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집 앞 작은 공원이 하나 있었다. 공원 잔디밭에서 내 동생들을 포함한 꼬맹이들 유치원 졸업 기념으로 5 가족이 다 모여서 짜장면 파티했던 기억, 공원에는 경사진 언덕길 같은 게 있었는데 그곳에서 겨울 썰매 탔던 기억, 모래밭 놀이터에서 애들이 다 같이 모래 장난해서 한 명씩 데리고 나와서 각각 집으로 옮겨준 기억.. 참 즐거웠다.    

  



엄마랑 가끔 부천 첫 집에서 살았던 추억을 이야기하면 동생들도 합세해서 그때 이랬지! 저랬지! 정말 재미있었지!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첫 이웃사촌들은 온 식구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자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도 가끔 이렇게 우리를 떠올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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