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의 추억

오일장과 도시 시장

by 보라보라

시골에 살 적에는 주변에 큰 시장이나 큰 마트가 없었다. 대신 시골에는 오일장이 닷새마다 한 번씩 이벤트처럼 모든 이들을 설레게 했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서 오일장이 선 날이면 나는 무조건 착해지고 온순해지면서 신났었다.


이날은 엄마의 넉넉한 마음처럼 엄마의 지갑이 열리는 날이었고, 이날은 알록달록 예쁜 옷이나 신발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문방구에서도 팔지 않은 간식거리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난 주로 속이 꽉 찬 제과용 밤 빵, 고로케, 꽈배기를 사 먹었다. 특히 고로케와 꽈배기의 겉살이 너무 좋았다. 달달한 흰 설탕이 잔뜩 묻어있었지만, 과하지 않았고 사탕보다 아주 달진 않았지만 속살 빵과 함께 먹는 달콤함은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시골에서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떤 간식을 사 먹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던 기억뿐이다.




부천에 이사 온 후 어느 날 엄마가 시장을 가자고 했다. 그래서 시골 오일장 같은 줄 알고 매우 들떠서 엄마를 따라갔다. 오일장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큰 규모의 시장이었고, 사람들도 매우 많았고, 골목골목 물건을 놓을 자리만 있으면 물건을 팔고 사는 것 같았다.


오일장처럼 재미있게 구경하고 먹는 시장이 아니라, 도시 시장에서는 빼곡히 붙은 가게들 사이 좁은 길목에서 엄마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시골에서는 평소 할머니 찬스로 생필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았지만, 이젠 엄마가 직접 다 구매해야 했기에 시장을 가면 엄마는 과일과 요리 재료들, 간식, 옷, 그릇, 주방용품 등 파는 물건의 대부분을 사는 큰손 아줌마처럼 보였다.


엄마의 장보는 방식은 처음 시장 한 바퀴를 다 돌면서 가격표를 다 기억하는 거다. 그리고 시장 끝 지점부터 다시 시작 지점으로 가면서 품목별 싼 가격으로 파는 가게만 들려서 야채, 고기, 과자 그리고 간식 등을 구입했다.


좁은 시장길 사이로 엄마를 쫓아다니다 엄마의 장보기가 끝나면 어느새 엄마 양손 가득 그리고 내 양손에도 검정 봉지를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장으로 갈 적에는 몰랐는데 돌아올 적에는 왜 이리 집이 멀게만 느껴졌던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그사이 난 엄마에게 투정만 부렸다.

“엄마, 시장 말고 집 근처 슈퍼에서 사자. 엄마, 너무 무거워. 내손 끊어질 것 같아. 우리 집은 언제 나와?”


“집에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가면 돼.”


엄마랑 시장을 다녀온 날이면 그날 밤 난 잔뜩 먹은 저녁밥에 폭풍 잠에 빠졌다. 어린 내가 오죽 힘들었으면 눈 뜨면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후, 막내 동생이 태어난 후 엄마는 막내를 업고, 난 둘째 동생 손을 잡고, 양손 가득 바리바리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길 난 정말 멀고 먼 우리 집 언제 나오나 하면서 한숨 쉬었던 기억밖에 없다.




부천에 올라온 후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원은 전혀 없었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빠의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야 했기에 엄마는 그렇게 힘들게 시장을 봐야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엄마의 가늘고 얇았던 팔과 다리가 두꺼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제 생각해보니 시골장은 봄날 같았고, 도시의 시장은 힘든 현실이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 출처 : whynottogofrit,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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