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뻑했던 눈이 촉촉해졌다.

동네 꼬마

by 보라보라


아침 사무실 창가에서 나는 우리 회사 근처 어린이집에 다니는 꼬마와 엄마를 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엄마는 우산도 잘 챙겨 쓰지 않고 불편한 다리로 천천히 유모차를 민다.



SE-6d545158-4a5f-46de-b6ff-41af58dc6a68.jpg?type=w1 © kintecus, 출처 Unsplash


유모차에 탄 꼬마는 찡그린 적 없이 가벼운 미소 머금은 표정으로 차분하게 앉아 있다.

그 모습을 보고 꼬마에게 혼잣말을 했었다. "오늘도 어린이집 잘 다녀오렴."


현재 코로나 19로 어린이집 개학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임에도

아이 엄마는 사정이 있는지 마스크를 쓰고 항상 등 하원을 시키고 있는 것 같다.




며칠 전 그 꼬마의 등원 모습을 보고 괜히 가슴 뭉클했다.

한없이 어리게만 보였고, 항상 유모차에 탄 모습만 보고 키가 작으려나 생각했던 꼬마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힘들게 밀고 다니는 유모차를 타고 등원했던 아이인데..

이제는 꼬마가 킥보드를 타고 야무지게 등원을 하는 게 아닌가!

혼자 등원하기엔 아직 어린데라는 생각에 그 꼬마를 바라보고 있는데

다리가 불편해 느리게 걷는 엄마가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골목 사거리가 가까워지자 앞서가던 그 꼬마가 킥보드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며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오자 앞뒤 옆을 살피며 천천히 또 조심히 사거리를 건너면서 엄마를 리드하는 꼬마의 모습을 봤다.

꼬마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 그 모습이 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았다.


그리고 꼬마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건넸다.


SE-b1b90ee8-58cf-4c9f-9adb-12ad9b12ff70.jpg © guillepozzi, 출처 Unsplash



꼬마야, 건강하게 바르게 자라고 있구나.

엄마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느리게 걸을 뿐이야.

엄마와 천천히 걷다 보면 빨리 걷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볼 거야.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란다.

엄마를 위해 발맞춰주는 너의 모습이 참 대견하고 예쁘구나.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자라고 있는 꼬마야.

더 건강하게 잘 자라렴.


동네 아줌마가 참 주책맞게 너의 모습을 보고 뭉클했단다.




다리가 불편하신 나의 작은 고모와 사촌 동생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찡했던 걸까..


퇴근길 치즈군에게 이 모습을 보고 느낀 내 마음을 이야기해 줬다.


"그 꼬마가 남일 같지 않게 보여서 더 그랬나 봐. 내 사촌 동생처럼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

덕분에 안구건조증 심한 눈도 아침 내내 촉촉했던 것 같아."


앞으로 꼬마와 엄마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특히 꼬마에게 좋은 일이 남들보다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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