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있는 타월? 수건?
호텔 화장실에는 타월
우리 집 화장실에는 수건이라 부르는 게 괜히 좋다.
우리 집 화장실에 있는 다양한 색의 수건들.
결혼 준비 중 신혼집 집기들도 꼼꼼하게 챙길 때 깜박 할뻔했던 수건이 생각났다.
"엄마, 수건도 사야지."
"왜사? 많아. 걱정 마슈."라고 엄마는 별걸 다 신경 쓴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신혼집 살림을 넣기 시작할 때 엄마가 큰 쇼핑백을 건네주었다.
무심코 받은 쇼핑백에는 세탁한 빳빳한 색색의 수건들이 들어 있었다.
'언제 이렇게 세탁까지 했어. 색도 곱네.'
혼자 감동받았던 순간이었다.
화장실 수납장에 새 수건을 넣고 그중 흰색을 골라 벽에 첫 번째 수건으로 걸어두었다.
'어? 19대 대장 최 ㅇㅇ(24회)라고 쓰인 수건?'
산 게 아니라 엄마가 그동안 다녀오신 축하 행사의 기념품을 모아 주신 거였다. ㅋㅋ
'친정에도 헌 수건들 많은데 그거 아깝다 생각 말고 이런 새 수건들로 바꾸지.'
'알뜰도 해라. 이걸 다 나한테 보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엄마가 준 수건은 하나씩 꺼낼 때마다
돌잔치 누구, 칠순잔치 누구, 개원 기념 치과, 임명 축하 학생 일동 등 여러 가지 문구들로 다양했다.
© belleam, 출처 Unsplash
가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수건을 볼 때 난 여러 생각이 든다.
'2009년에 돌잔치 한 누구는 지금 몇 살일까?'
'우린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난 너의 생일은 알아. 잘 살고 있니?'
'2011년 팔순 잔치를 하신 할머니는 건강하게 지내고 계실까?'
'고운 진한 보라색을 골라 부모님의 생신을 기념하고자 했던 자녀분들도 다 건강하시겠지.'
지금도 우리 화장실에는 이름이 새겨진 수건들로 가득하다.
수건을 여러 차례 바꿨는데도
심지어 아직 꺼내지 않은 이름이 새겨진 새 수건들이 수납장에 많다.
엄마가 주신 것도 있고, 이제는 내가 지인들 행사에서 받아온 수건들이다.
생각해 보니 내 사랑스러운 조카 녀석들 이름이 새겨진 수건도 있다.
이름이 새겨진 수건은 어느 기념품보다 오래오래 남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나 같은 사람이 그 수건을 보고 다시 한번 수건에 새겨진 이름을 한번 더 봐주고 불러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이름 새겨진 수건을 받는 일이 매우 드물어졌다.
코로나 19 때문에 더더욱 이런 축하 행사들이 간소화되거나 취소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편안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예전에는 축하나 기념행사에 너무 자주 참석하는 게 아닌가 투정도 부렸는데
이제는 이런 행사가 그립기도 하다.
이름이 새겨진 수건을 보다가
참 여러 가지 추억과 생각들이 교차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