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2020년 11월 설악산 케이블카설악산 하면 울산바위나 흔들바위만 알고 있었는데 케이블카와 권금성이라는 지명이 낯설었다.
둘레 약 3,500m. 일명 설악 산성(雪嶽山城)이라고도 하는데, 현재 성벽은 거의 허물어졌으며 터만 남아 있다. 이 산성은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화채능선 정상부와 북쪽 산 끝을 에워싸고 있는 천연의 암벽 요새지이다.
이 산성의 정확한 초축연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옹금산석성(擁金山石城)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둘레가 1,980 보라고 되어 있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권금성이라 하고 권(權)·김(金)의 두 가지 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서 난리를 피하였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낙산사기(洛山寺記)』를 인용하여 고려 말 몽고가 침입했을 때에 인근 주민들이 이곳에 성을 쌓고 피란했다고 설명하고 있음에서 고려 말기 이전부터 존속해오던 산성임을 알 수 있다.
성의 대부분은 자연암벽을 이용하고 일부는 할석으로 쌓았는데, 인근의 토왕성(土王城)과 규모가 비슷하다. 좌우로 작은 계곡을 이루며 물이 흐르므로 입보농성(入保籠城)에 알맞은 산성이다.
그러나 너무 높은 위치여서 오르내리기에 큰 힘이 들었으므로 조선 시대 이후로는 차츰 퇴락하여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그러나 성의 좌우 골짜기에 경관이 좋은 토왕성폭포 등이 있고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300미터 정도 가면 볼 수 있는 권금성
화사한 가을 날씨에 푸른 하늘색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평평한 바위 위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화창한 날씨와는 반대로 바위와 돌만 무성하게 남은 권금성의 흔적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성터 이곳저곳 둘러보기 보다 한곳에 앉아 성터의 주변을 천천히 눈으로 돌아보며 이렇게 높은 곳까지 성터로 만들어야 했을 긴박했을 역사 속 상황을 상상해보고 또 지금은 쓸쓸히 남겨진 성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는 동생들과 위쪽으로 구경을 가고 엄마는 나랑 같이 앉아서 둘러보다 사람 많아지기 전에 케이블카 타는 곳에 천천히 내려가겠다고 하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300m 정도는 걷는 코스가 어렵지 않았지만 무릎 수술을 하고 한참 재활 중인 엄마에게는 조금 힘드셨던 것 같다.
엄마에게 나도 금방 보고 따라 내려가겠다고 하고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혼자 더 둘러보고 있는데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 속 어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여기서 다 같이 사진 한번 찍고 내려가세. 이제 우리가 또 언제 오겠는가. "
흔적만 겨우 남은 성터를 바라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뒤돌아 보게 되었다.
4분의 할아버지 할머니셨고 부부 동반으로 나들이 오신 것 같았다.
서로 체구도 비슷했고 연세도 70세 후반이나 80세 이상으로 보이시긴 했다.
마스크를 쓰고 계셨던 두 커플은 할아버지의 말씀에 특별한 리액션 없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서 계셨다.
그리곤 사진을 부탁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다가가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했다.
"할아버지. 제가 찍어드릴게요. 하나 둘 셋. 한 번 더 찍을게요. 웃으세요. 하나 둘 셋."
"아이고, 고맙습니다."
노부부 2 커플과 대면한 시간은 길어야 2분이 될까 말까.
성터의 모습과 그분들의 모습을 함께 담아 사진을 찍는데 괜히 내 마음이 짠했다.
그날 그곳에서 처음 뵙는 분들이었지만 곱게 치장하신 모습과 서로를 챙기는 모습 그리고 이제는 이번 생에 이곳에는 또 오지는 못할 것 같다는 암묵적 동의에 그분들의 모습을 더 화사하게 찍어 드리고 싶었다.
이 성터 역시 한참 사람들이 오고 갔던 때가 있었고, 이제는 돌만 남은 성터인 것처럼 그분들의 모습에서 다사다난하며 생기 넘쳤던 때와 지금 차분히 노년을 잘 지내고 계시는 그분들의 모습이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고 노부부 2 커플 역시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내려가시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케이블카 아니면 우리는 못 왔을 곳이네. 케이블카가 편하네."
"우리가 또 언제 오겠어. 그래도 날씨 좋은 때 구경하니 더 좋네."
우정도 돈독한 친구의 모습과 서로를 챙기며 내려가는 부부의 모습이 함께해서 보기 좋았고, 가시는 뒷모습에 속으로 인사했다. '건강하셔서 한 번 더 오세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동생들과 함께 위쪽으로 갔던 아빠가 혼자 내려오셨다.
먼저 내려간 엄마를 만나기 위해 아빠와 함께 케이블카 전망대로 내려갔다.
벤치에 등산용 지팡이와 함께 혼자 앉아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괜히 더 반가웠다.
"엄마! 내려올 때는 안 힘들었어? 엄마 저쪽 좋다. 아빠랑 같이 사진 찍어 줄게."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화창한 가을을 뒷배경으로 삼고 두 분의 환한 모습을 담아 사진을 찍어 드렸다.
"엄마 웃으셔. 아빠 마스크 잠깐 벗고요. 하나 둘 셋. "
난 마음속으로 말했다.
'아빠 엄마 우리 다음에 또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