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
#.취향
이상한 부분이었다.
평소와 같지 않은 취향이었지만 어느 시점에서 나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특히 깡마른 그의 가랑이는 야윈 엄마의 무릎 언저리를 떠올리게 했다.
아팠다. 인파에 휩쓸려 그의 팔꿈치에 부딪힐 때면 엄마의 모체와 닮은 나의 얇은 뼈마디에 쿡 하고 박혔다. 그는 정말로 나와 뼈마디를 맞대는 나의 일생 최초의 특별 취향이었다.
#.Cerulean
대청마루 나뭇결무늬
바람은 불고 너는 짙은 파랑
딸기우유 연분홍 얼음
마음은 일고 너는 짙은 파랑
환희가 나앉은 깊은 머리칼
뜨겁지 않은 문장들은
심장을 뜨겁게 했고
하늘을 올려다볼 때
너는 얿다
짙은 파랑
05.06.2018
#.꽃
꽃을 선물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많은 말들을 에둘러 툭, 하고 건네는 꽃이었다.
특별했던 날도 있었다. 내 귀가 스물여덟 번째 빠지는 바람에
그는 무수한 말들이 담긴 보라색 종이책과 더욱 붉어진 꽃을 툭, 하고 건넸다.
샤워를 하다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내가 당신의 마지막이 아니어도 좋으니 다음 사람에게도 꼭 꽃을 선물해주면 좋겠습니다.'
곧이어 이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그의 모든 처음은 좋은 것만 해두고 싶었다.
헤픈 날이었다.
05.15.2018
#.손키스
입맞춤에 빨갛게 달아오르는 두 뺨을 이제는 제법 감출 수 있었다.
짙게 번진 군청색 하늘은 여름을 맞이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를 가로질러 등나무 아래에 앉았다.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손가락을 어루만졌고 달은 유난히 하얬다.
05.28.2018
#.비둘기
거리에 나앉은 비둘기.
어떤 이는 비명을 내지르기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발을 쿵쿵 거리며 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태연하게도 그는 날개 다친 비둘기의 안위를 걱정하며
뻥튀기 한 줌을 손에 들고 그들의 허기를 달랬다.
05.30.2018
#.달사냥
빌딩 위에 켜진 커다란 가로등. 하얀 달 보다 노란 달,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누런 달.
아냐, 내가 좋아하는 콜드 플레이 앨범 표지를 장식하는 딱 그 색상의 달이야.
그래, 아무렴 어때. 우리 저 달을 쫓아보자.
도시의 숲 속에서 다가갈수록 수줍어지는 달과 달의 색상과 비슷한 농도로 익어가는 우리.
06.02.2018
#.혜화동
혜화동. 꿈꾸는 이들의 무대로 발판 삼는 거리.
우연히 들어선 간판 없는 갤러리. 시와 그림들. 멈춰 선 시구 앞.
'돌아오지 못하는
그리운 마음들이
멀리서 저 혼자
뜸 드는 밥이
집 밥이지'
한참을 우두커니
혹은 어슬렁.
개인전 갤러리에 초대받지 않은
생소하고 능동적인 손님
너는 기억했고
나는 놀라웠으며
촛불은 일렁거렸다.
애닳펐다.
06.16.2018
#.닿지 않은 편지
당신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던 글들을 이제는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단출하지 않은 독백을 한통 남깁니다.
당신에게 할 말이 너무나도 많지만
우리의 관계가 다소 변형된 채로 남아버렸지만
당신의 마음에 무수한 의문이 일렁이기 이전에
쓸쓸함이 많은 내 글들이 당신의 밝을 빛을 빌려
내 일생의 찰나의 페이지에 온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 시선으로부터 멀어진 시간에도
여전히 아주 밝고 환하게 빛나겠지만
이따금씩 일상의 어스름이 찾아올 때에
친구의 시간으로 발걸음 해주셔도 좋습니다.
내게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들을 나눠주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당신의 모든 행보가 안녕하길 바랍니다.
06.17.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