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2.2018

몹시 그리워했던

by 소구콰

'첫사랑과 결혼했다면 지금 나는 어디에 있을까'


이상한 질문이었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중에 하필 첫사랑 이야기라니. 시시 껄껄했다. 첫사랑을 누구로 정해야 할지부터 난감한 일이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것들은 특별해져야만 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나는 그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수 냄새는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겠지. 그 밖의 각종 향신료도 그럴 테지.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방을 쓸고 옷가지를 개고 있겠지. 그의 바이크 소리가 들리면 어느 모퉁이에 숨어서 놀랄 그를 기쁘게 기다리고 있겠지. 길어진 그의 머리칼을 밀어보겠다며 억지 내기를 하겠지. 산둥성의 하늘을 바라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함께 보고 있겠지.'




꼬박 4년이다. 그 사람이 내 꿈으로 찾아오던 날들이 햇수로 3년,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던 1년.

많은 인연들이 내 곁을 머무르며 지키지 못할 미래를 약속하곤 떠나버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있는 시간조차 그는 나를 찾아왔다. 꿈속에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서로에게 돌아갔다. 그는 나에게로 나는 그에게로.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나누고 많은 약속들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 날인가부터 그가 내 꿈에 찾아오질 않았다. 그때 알았다. 그 사람이 나와 정말 이별했구나.


내 청춘을 헤맬 만큼 몹시 그리워했던 사람. 덕분에 외롭고 버거웠던 날들 중 어떤 날에는 조금은 덜 외로웠고 덜 슬펐다.





나는 더 이상 그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내 곁을 찾아와 준 그가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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