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족 단톡방에 이런 영상 하나씩 올립니다.
"물 조리개 사용법,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초보농부 #물주기
구독자 60명 돌파 스타농부 꾸준히 성장하는 농부의 모습 #주말농장 #초보농부
사실 별거 아닙니다.
텃밭 가꾸는 영상,
흙 묻히고, 물 주고, 잡초 뽑고,
그냥 그런 소소한 일상을 핸드폰으로 찍어 올릴 뿐이거든요.
그런데요.
이걸 유튜브에 한번 올려볼까?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가족끼리 공유하려고 찍었던 영상인데
어느 순간
구독자 수 60명이라는 숫자가 찍혀있더군요.
정말 별거 아닌 숫자죠.
누군가는 1시간도 안되서 찍는 숫자일 수도 있는데
저한텐 정말 너무 감사하게도 너무나 크게 느껴졌어요.
저는 30대 중반입니다.
딱 애매한 나이.
뭘 새로 시작하기에
좀 늦은 것도 같고,
귀찮기도 하고,
잘못하면 민망하고 부끄러운 나이.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참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내가 이걸 왜 하지?'
'아무도 안 보면 어쩌지?'
'이거 괜히 창피한 거 아니야?'
그런데 또 웃긴 건
막상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
내 일상이 기록되고 있다는 느낌.
우리 가족이 기록되고 있다는 느낌.
내가 사는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작게나마 쌓이고 있다는 기분.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대단한 건 없습니다.
편집도 서툴고,
썸네일도 허접하고,
조회수도 기웃기웃 수준.
그래도 그게 나니까
그래도 그게 우리니까
괜찮더라고요.
처음 삽질하는 거,
처음 말 더듬는 거,
처음 카메라 어색한 거.
그 모든 게 다 첫 시작이니까
오히려 귀엽고 웃겼어요.
지금도 말 더듬고 삽질하지만...
다 첫 시작이니깐요!
예전엔 뭐든 잘해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결과가 없으면 의미도 없는 줄 알았고요.
그런데 살아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중요한 건
'하고 있느냐'
'멈춰있느냐'
그 차이 같아요.
특히 저처럼 30대 중반쯤 살다 보면 '뭘 새로 시작한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인지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 요즘 저 자신이 좀 대견합니다.
비록 텃밭 유튜버지만.
아직 갈 길 먼 초보 유튜버지만.
그래도 난 뭔가를 하고 있다.
잘해서 좋은 게 아니라, 하고 있어서 좋은 거예요.
우리, 그냥 시작해봐요.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