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건, 마음을 빼앗기는 일
처음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시간도, 규칙도, 말투도, 풍경도.
그 낯섦은 두려움과 묘하게 닮아 있어서
나는 긴장을 품에 안고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낯섦이 천천히 익숙함으로 스며들었다.
병동에 들어서며
어르신들의 이름을 하나씩 외우게 되고,
그분들의 말투가 귀에 익고,
식사 시간에 맞춰 움직이게 되면서
나는 이곳에 ‘조금씩’ 물들고 있었다.
물드는 줄 몰랐다.
그저 시간 맞춰 움직이고
일정을 따라갔을 뿐인데
어느 날,
어르신의 빈 자리가 괜히 마음에 걸렸다.
무심히 하던 일에 손이 느려졌다.
식판에 담긴 국 하나, 숟가락 하나가
그 사람의 부재를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이상하네.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소록도는 물리적으로 고립된 섬이지만,
나는 여기서
누군가의 마음과 연결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면,
이 익숙함이 가벼운 건 아니었다.
어르신의 다친 발을 바라보며
나는 잠깐 멈칫했고,
고운 손등 위에 올라온 수포를 보며
내 눈길이 조심스러워졌다.
그건 연민이 아니라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더 가까이 가고 싶으면서도
상처를 함부로 들여다봐선 안 될 것 같은 거리감.
나는 조금씩,
이곳에서 사람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몸보다 마음이 더 자주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 무게가 싫지 않았다.
그날 밤,
노을 진 보리피리에 앉아 있던 순간.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곳은 사람을 조용히 바꿔놓는다.
겉이 아니라, 가장 안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