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신 마음으로 건넨 선물 하나
장기 봉사를 계속하긴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도 마음이 계속 그곳을 향했다.
일정을 맞추긴 힘들어도,
소록도는 ‘의무’가 아니라 ‘그리움’이었으니깐
긴 일정이 나오면 본가보다 소록도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단 1박 2일이라도 다녀오자
출발 전,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집에서 자.”
그 짧은 한마디가 전부였다.
나는 그 말 하나만 믿고 짐을 쌌다.
안방을 내어주신 집,
익숙한 향기,
조용한 마당.
오랜만인데도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짐을 풀고,
방을 청소하고,
성당에서 받아온 부식들을 정리하고,
세탁하고, 설거지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루치만큼 꺼내 놓았다.
그러다 냉장고를 열었고,나는 그 안에서 멈췄다.
냉장고 안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각종 아이스크림들이 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나 주려고 사놓은 것들.
그중 맨 앞에
“빵빠레”가 있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조용히 무너졌다.
할아버지는 한쪽 손목이 없으셨다.
그 손으로 이걸 어떻게 들고 오셨을까.
어떻게 계산하고, 어떻게 집까지 가져오셨을까.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도록 얼마나 조심조심
서두르셨을까.
그건 그냥 아이스크림이 아니었다.
그건 마음이었고, 준비였고, 기다림이었다.
나는 말없이 냉장고 문을 닫고
그 빵빠레를 꺼내 마루에 앉아 조용히 먹었다.
할아버지는 딱 한마디 하셨다
“ 맛있냐? ”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눈앞이 뜨거웠다.
사람은
그가 가진 걸 주는 게 아니라,
그가 자기 손으로 감당하기 가장 어려운 걸
기꺼이 건넬 때
진짜 마음을 나누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의 빵빠레가 바로 그랬다.
나는 아직도 그 빵빠레를 잊지 못한다.
그건 손 대신 건네받은,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