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날은, 두 개를 다 먹었다
나는 체질적으로 사과를 잘 먹지 않는다.
입안이 쉽게 아프고, 몸에도 잘 맞지 않아서
굳이 찾지 않게 되는 과일이었다.
하지만 그날, 할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사과 좀 깎아줘요.”
그 부탁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동안 내가 하는 일은
도와주기, 챙겨주기, 알아서 움직이기였다.
하지만
“뭘 좀 해달라”는 말은,
내가 마음 안으로 들어섰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말로는 안 했지만
나는 그 부탁을 정말 기쁘게 받아들였다.
사과 껍질을 천천히 깎고,
작게 잘라 접시에 담았다.
할아버지 앞에 내밀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익숙한 듯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 사과를 함께 먹자고 했다.
나는 망설였다. 사과를 잘 못 먹는 몸이니까.
하지만 그 순간, 그건 사과가 아니라 마음이었기에
나눠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란히 앉아
사과를 한 조각, 한 조각 먹었다.
어쩌면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와 조용히
과일을 나눠 먹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사과를 두 개나 먹었다.
입도 아프지 않았고, 속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저
마주 앉은 그 시간이
너무 따뜻하고
너무 조용해서
몸도 마음도
그냥 다 괜찮았다.
그날의 사과는 과일이 아니라 관계였다.
처음 받은 부탁,
처음 함께 나눈 자리.
나는 그 사과를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