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지 않은 나는 누구였을까?

누구도 궁금하지 않았던 나를, 내가 궁금했다

by charming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내 삶은 언제나 일이 전부였다.


그런데 문득, 일을 하지 않는 나는 누구지?

궁금했다. 그 이유를 한번 찾아보기로

그래서 퇴사 사유에 나를 만나러 가요라고

적고 나는 다음 달 퇴사라는 무모한 도전을 했다


케이스 차트를 쓰고 누가 물어봐도 대상자를 술술 설명할 수 있었는데,

‘좋아하는 것들’을 묻는 질문엔

단 하나도, 나 자신에 대한 답을 쓰지 못했다.


그때 생각했다.

이제는 나를 찾아야겠다고.

고연봉, 안정적인 직장, 인정받은 능력…

그 모든 걸 내려놓고

무모하게 쉬어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쉼표.


하고 싶은 걸 해봤다. 매일매일 다르게.

내일은 내가 뭘 할까 상상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졸리면 자고, 걷고 싶으면 걷고,

어느날은 알람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설렜다

또 어느날은 웃긴 코메디를 보면서 울기도 했고

그렇게 나는 나와 친해지는 순간을 만났다.


찍은 사진마다 내 얼굴이 환했다.

내가 이런 얼굴을 가지고 있었나? 싶을 만큼.


꿈도 달라졌다.

“내가 어제 왜 그렇게 서운했을까?”

하루 종일 생각했는데,

그 말조차 애정이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불안하지 않게 보이진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곳에

마음을 써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쉼표를 통해 나를 다시 껴안게 된 것처럼,

지금 멈춰 선 누군가에게

이 글이 덜 외롭고 덜 아프길 바란다.

조금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웃으며 다시 걸어가기를


나를 처음보는 사람들이 늘 말 한다

좋아하는 걸 잘 알고 계시네요? 라고

그럼 나는 덧 붙힌다

그럼요. 저는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것에 위로를 받고 어떤 것에 힘을 받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요! 라고


나는 나와 친해지는 것에 성공했다.

고잉 홈. 그게 곧 나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