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조금 괜찮아지고 있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은
어디서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안다. 그리고 그 힘을 믿는다.
나에게 사랑이란, 곁에 있는 것이다.
나는 자연에서 힘을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마음이 가는 대로
편도 티켓 하나만 끊고 떠났다.
어디로 갈지는 나도 몰랐다.
무모하고 대책 없고 무방비한 시간.
안정과 안전의 욕구가 강한 내가
나에게 주는 불안정이라는 리스크를
처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벽엔 새소리가 나고,
밤엔 매미가 운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옆을 봐도
모두 초록뿐이다.
무작정 걷다가
여전히 휘청거리는 몸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매일 한 명씩, 두 명씩
동료들에게 전화가 온다.
아무도 내가 낯을 가린다고는 믿지 않는다.
내뱉어야 하는 마음이 있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많은 사람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오늘은 어디까지 걸어볼까 싶어 걸었다.
어제는 웅장해서 사진을 잔뜩 찍었던 그 소나무가
오늘은 괜히 울컥하게 만든다.
아, 나 이제 조금 괜찮아지고 있는가 보다.
퇴근하고도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하던 내가
요즘은 핸드폰을 두고 숲길을 걷는다.
물론 아직 안전지킴이를 완전히 놓지는 못해서
팔목에는 애플워치 하나쯤은 두고 나서지만.
예전엔 큰 알람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는데
요즘은 새소리와 새벽 공기의 안개 냄새에 깬다.
나 요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