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인지 모르게, 우리 가족에겐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바로 아침식사 꼭 같이 먹는 것.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이 규칙은 꽤나 버거웠다. 특히,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 왔는데도 늦잠은커녕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해야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일어나자마자 먹는 밥은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몇 숟가락 겨우 뜨면서 대화 몇 마디 나눈 뒤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처럼, 우리 부모님도 옛날 어른들처럼 삼시세끼 챙겨 먹는 걸 중요시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학인데도 7시 30분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 게 너무 싫었던 나는 부모님께 불만을 토로했다. "일어나자마자 먹고 또 자면 건강에도 안 좋고, 음식 맛도 모르겠는데 왜 꼭 아침밥을 먹어야 해?"라고 말이다. 부모님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하루 중 가족들이 유일하게 같이 앉아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아침밥 먹을 때뿐이야. 너희도 바쁘고 엄마아빠도 바쁘니 가족들이 짧은 대화라도 할 수 있게 너희도 협조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말이다. 지금껏 나는 아침밥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었지,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의 의미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 15분 남짓한 아침 식사 시간 동안 꽤 많은 대화가 오갔다. 오늘 가족들의 일정은 어떤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와 같은 가벼운 대화부터, 때로는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질 때도 있었다. 이 짧은 시간이 서로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었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부모님과의 대화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자녀가 사춘기 때에는 대화의 단절이 피크를 찍는 것 같다. 부모님의 관심을 간섭처럼 느끼는 사춘기의 자녀들에게 말 한마디 하기가 무섭다는 글들을 종종 본 적 있다.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최소한의 안부나 일정은 공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매일 아침 함께한 식사 시간 덕분이었다. 엄마아빠도 아침마다 동생과 나의 온갖 짜증 섞인 말투를 들으면서 '아침밥 같이 먹기'를 고수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으리라.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아침 한 끼라도 같이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관심을 기울이는 그 순간들이, 나와 엄마아빠의 유대감을 이어주는 데에 큰 역할이 되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