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는 내 인생의 첫 상담가였다. 나는 지금도 고민이 있으면 부모님께 가장 먼저 털어놓는다. 사춘기 시절, 또래 친구들이 그 누구보다 중요해질 법한 시기에도 가장 먼저 엄마아빠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며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었다.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도, 마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대나무숲에서 외치듯 엄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그 자체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엄마와의 대화는 감정적인 위안을 받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달랐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어느 날 고민을 아빠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아빠는 안마의자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분명 자는 건 아닌데 아빠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서운함과 짜증이 동시에 올라오면서 "아빠는 사람이 옆에서 말을 하면 반응을 왜 안 해?"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아빠가 아무렇지 않게 그때의 내 고민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빠는 늘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곱씹고 고민한 뒤, 가장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엄마는 내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아빠는 그 감정 속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엄마아빠의 완전히 다른 대화 방식이 내게는 너무 이상적인 균형이었다. 덕분에 나는 감정적으로 안정이 되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나아갈 수 있었다. 나도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면서도, 아이가 세상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