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그 얼마나 설레는 단어인가?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선 일주일에 한 번, 일정한 금액을 용돈으로 주셨다. 그렇게 평범하게 용돈을 받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빠는 용돈을 줄 때마다 용돈 봉투에 짧은 편지를 써 주셨다. 처음 용돈편지를 받기 시작한 몇 달 동안은 용돈만 쏙 꺼내고, 편지가 적힌 봉투는 버리곤 했다. 그런데 문득, 이 짧디 짧은 편지가 아빠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꾹꾹 눌러 담아 몇 자로 표현한 그 글들이,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용돈 편지봉투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빠에게 받은 용돈편지가 족히 100장은 넘는다. "너의 15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첫 취업을 하니 힘들겠지만, 항상 기도한다", "부모가 된 걸 축하한다. 우리 딸, 응원한다". 아빠가 준 용돈편지를 읽다 보면 내 인생의 크고 작은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모든 편지에는 "사랑한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직접 말로 하긴 쑥스러운 그 말을, 우리 아빠는 용돈편지를 통해 전하고 있었다.
나도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보니 엄마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무것도 못 하던 아기가 사회의 일원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걱정되고 안쓰럽고, 또 대견해 보였을지. 그런 마음은 숨긴 채, 묵묵히 뒤에서 응원하고 기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말이다. 용돈편지의 짧은 메시지들이 쌓이고 쌓여 내게 "항상 내 편이 되어주고 기댈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심어주었다. 부모의 사랑은 결국 표현으로 남는다. 말 한마디, 편지한 줄, 눈길 한 번—그 따뜻한 표현들이 자녀에게는 평생을 지탱할 힘이 된다. 내 아이도 언젠가 인생의 고비에서 지치고 흔들릴 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던 엄마 아빠가 있었지’ 하고 떠올릴 수 있도록, 작은 사랑의 표현들을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