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신뢰라는 이름의 자유

by 챠밍맘Charming Mom
출처 PIXABAY


드라마에서 보면, 엄마 아빠가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자녀들은 그 잔소리를 지겨워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엄마, 아빠의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잔소리 때문에 빨리 독립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내 기억 속 엄마 아빠에게는 '잔소리'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잔소리라고 칭할 수 있는 말은 "방 좀 치워라"정도였다. 학창 시절에도 "공부해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부모님은 아침까지 술 마시고 들어오던 20대의 나에게도 밤새 전화 한 통 하지 않으셨고, "일찍 와라", "술 좀 적당히 마셔라" 같은 말을 하지 않으셨다.



나와 동생이 항상 올바른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엄마아빠 입장에서 보면 부족하거나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순간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아빠는 그것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셨다. 그 '존중'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녀에 대한 신뢰'였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탐구하고 원하는 길을 개척해 갈 것이라는 믿음, 밤새 술을 마시고 들어와도 허튼 짓하지 않고 알아서 잘 놀다 올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아마, 엄마아빠의 마음속에는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한 말들이 수두룩 쌓여있지 않았을까.



엄마아빠는 항상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속담은 아니지만, "돈과 남자는 움켜쥐려 할 수록 도망간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지만, 자유를 주면 오히려 곁으로 온다는 의미였다. 엄마아빠와 나의 관계도 이러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어마어마한 자유가 주어지니, 오히려 나는 방황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부모님께 거짓말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신뢰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신뢰라는 이름의 자유'를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훗날, 나도 내 딸에게 우리 엄마아빠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유를 주고, 뒤에서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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