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팀의 인턴 2명이 인턴쉽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했다.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거예요?"라는 질문에 그 둘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스타트업에서 2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 아직 이들은 자신의 業(업)을 정하지 못했다.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후배들과 대화해보면 무엇을 하고 싶다. 는 뚜렷한 직업관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냐고 물어보곤 한다.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개발, 코딩, 프로그래밍 등 전공과 관련 있는 일 그리고 게임, 운동, 동아리 활동 같은 취미활동이다.
그럼 이들은 왜 재미있는 일을 업으로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 걸까? 취업해보지도 않은 이들이 회사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는 것을 아는 걸까?
나는 직장인 친구들 몇 명에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그리고 돈 버는 일에 대해 인터뷰했다.
친구 1.
이 친구는 누구나 다아는 국내 굴지의 IT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다. 직장생활과 더불어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는 이 친구는 나중에 버스운전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취미생활로 피규어 수집과 게임을 하고 싶다며 이게 인생의 재미라고 말했다. 지금 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아닌 그저 돈 버는 일이었다.
친구 2.
이 친구는 내가 아는 친구 중 기술이 가장 뛰어난 친구다. 개인사업 경험이 있으며 지금은여러 회사를 거쳐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개발팀장을 맡고 있다.이 친구는 나중에 직접서비스를 만들어서 오픈하고 싶다며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가끔 일이 힘들고 어렵지만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프로페셔널) 믿음직한 모습으로 직장에서도 인정받는다.지금 하는 일은 자신이 잘하는 일 그리고 돈 버는 일이라고 했다.
친구 3.
이 친구는 항상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친구다. 직장도 수없이 옮겨 다니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도 바뀐다. 내 주변에서 YOLO(You Only Live Once)를 실천하는 몇 안 되는 친구다. 부족한 생활 비을 위해어떤 때는 투잡을 해서 돈을 마련한다. 가끔 보는 이 친구는 만날 때마다 명함이 바뀌어서 매번 신선함을 주는 친구다. 지금 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라고 했다.
다른 몇몇 친구들도 대부분 이 친구들과 같이 아래의 분류에 속했다.
1. 돈 버는 일
2. 잘하는 일(돈은 따라옴)
3. 좋아하는 일
이 친구들의 연봉을 비교해보니 재밌는 결과가 나타났다.
좋아하는 일 < 돈 버는 일 < 잘하는 일 순으로 연봉이 높았다.(기회가 된다면 주변 친구들을 인터뷰해서 비교해볼 것을 추천한다.) 좋아하는 일은 대부분 돈이 되지 않았다.
여기서 반론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면 잘하게 되고 돈 버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닌가?
김연아 선수도 어릴 적 피겨를 좋아했다. 그래서 피겨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대회를 앞둔 김연아 선수(성인이 되기 전) 인터뷰가 나왔는데 연습하기 싫다고 했다. 괴롭다고 했다. 좋아서 시작한 피겨가 괴로울 정도까지 된 것이다.
나 역시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단, 5분의 즐거움을 위해 짧게는 1주, 길게는 1년을 고생했다. 그 과정은 매우 힘들고 괴로웠다. 힘들수록 결과는 좋았다. 반대로 힘들지 않을수록 결과는 좋지 않았다.
우리는 여행, 게임, 운동과 같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한다. 이런 좋아하는 일이 돈 버는 일이 되려면 그 누구보다 잘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 잘하는 법을 책으로 써보라 그저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취미생활을 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저 취미임을 포기해야 한다. 마냥 즐거운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려면 그 일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즐거움은 이다음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려면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지금과 똑같은 일을 1만 시간 해도 최고가 될 수 없다. 하던 일을 계속 뛰어넘고 한계를 극복하는 일을 1만 시간 동안 노력해야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이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 일을 업으로 하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 끝에는 최고가 된 자신이 있다고 굳게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