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민재 Mar 10. 2024

업무용 메신저가 불통을 만든다.

2009년 카카오톡이 나온 뒤 메신저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직장에서도 카카오톡으로 업무에 대한 소통이 번번이 오고 갔는데 카카오톡 전에는 MSN메신저나 지니 메신저로 PC기반으로 업무 소통을 했었다. Office Communicator이라는 마이크로스프트 윈도우를 구매하면 공짜로 주는 사내 PC메신저를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이 업무 메신저는 PC에 앉아있는 것을 전제로 소통하는 도구였기 때문에 업무에 대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회사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업무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기업은 보안이슈와 임직원의 사생활 침해 이슈가 뒤따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lack, Teams와 같은 업무용 메신저가 등장했고 국내 스타트업들도 업무 메신저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다양한 업무용 메신저를 기업에서 원하는 기능에 맞춰 도입하여 최근에 업무용 메신저를 쓰지 않는 기업이 없다.


그러나 업무용 메신저가 오히려 기업에서 불통을 만드는 일은 무수히 많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하나 예를 들어보겠다.


어느 날 A 씨는 회사의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A 씨는 궁금한 점이 생겨서 대표님에게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간략하게 보고했고 대표님은 이에 대해 OK라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A 씨가 진행한 업무는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보고한 내용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B 씨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진행되게 되었다. 대표님에게 이 내용을 따져 묻자 대표님은 "나는 OK를 한 것이지 의사결정을 A 씨가 원하는 대로 한 게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주었다. A 씨는 그럼 무엇이 의사결정으로 봐야 하는지 혼동되었다.


업무용 메신저는 소통 도구다. 회사에서 상사와 소통을 하는 이유는 3가지이다. ① 의사결정 ② 정보 공유 ③ 의논 이 세 가지다.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소통의 쉽고 가벼워지면서 정보 공유와 의논은 자유롭게 일어나게 되었는데 의사결정 영역에 있어서 책임소지와 명확한 의사결정에 대해 애매해지게 되었다.


과거에도 업무용 메신저는 있었지만 이 메신저는 완전히 스몰톡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어 메신저로 상사에게 의사결정받는 일은 없었다. 또한, 상사에게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결재판에 심사숙고하게 만든 보고서를 정성스럽게 인쇄해서 보고했는데 상사 또한 이를 가볍게 보지 않고 자세히 본 뒤 결재를 하거나 피드백을 주었다.


지금 대부분의 상사들은 위와 같이 업무 하던 습관으로 신입사원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업무용 메신저로 보고한 내용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진지한 보고를 위해서는 페이퍼워크가 필요하고 데이터도와 자료도 필요했다.


업무용 메신저의 인기를 만든 Slack은 사실 게임회사의 사내 메신저 프로젝트였다. 게임 개발과 개발팀 소통을 위해 이용되던 도구로 가볍게 메신저를 하면서 업무 협업을 하려는 도구였다. 그러나 이런 슬랙으로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모두 사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사내 소통의 오해가 만들어지게 된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는 소통에 대해 만나서 그 사람의 뉘앙스와 톤 앤 매너를 파악하면서 대화를 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업무용 메신저만으로 소통을 할 경우에는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메신저의 말투에서 오히려 오해를 하게 되고 쓸데없는 이모티콘을 쓰느라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내가 쓴 글에 반응한 팀원이 누가 있는지 확인하느라 진짜 할 일을 안하는 동료도 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회사에서 업무용 메신저를 동료와의 잡담과 스몰톡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다. 하루종일 일은 하지 않고 업무용 메신저만 켜놓고 월급 루팡이 되는 것이다. 사내에서 제공하는 툴이기 때문에 이를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제재할 수도 없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전환이 오히려 생산성 하락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경영진이 만든 목표와 비전이 업무의 방식과 효율까지 함께 컨센선스를 만들려면 디지털 전환을 도와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임직원이 지금 소통이 필요한지, 페이퍼워크에 집중해야 하는지, 회의를 해야 하는지까지 업무의 방식까지도 공감대 형성이 되어야 한다.


업무용 메신저만 도입하고 소통이 잘 되겠지 생각한다면 이는 미래에 있을 생산성 저하와 인재 밀도를 낮추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기업에 비용 이슈를 만들게 됨을 인지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시대, 말의 품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