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영업 모두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투자는 우리에게 돈을 투자하게 하고 회사의 지분을 가져가게 하는 것이고, 영업은 우리의 제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둘 다 돈을 벌어들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미묘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투자를 준비하면 몽상가가 되고, 영업을 하다 보면 현실주의자가 된다.
투자를 준비하려면 먼저 IR Deck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IR Deck은 우리가 미래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어필하는 자료다. 미래를 그리고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회로를 굴리게 되고, 회사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그와 함께 나의 경제적 자유를 꿈꾸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마치 미래를 예측하는 예언자가 된 듯이, 사람들은 "우리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며 자기 최면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 돌아가는 제품은 거의 없고, 현재 개발 중인 제품도 실제 사용자를 만나기까지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고객의 요구사항은 다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을 백지부터 다시 설계하거나 현재의 로드맵을 완전히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내가 만드는 이 제품이 정말 시장에서 필요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면서 점점 현실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는 수익을 원하고, 고객은 효익을 원한다.
투자자는 수익을 기대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가 Seed나 Series A처럼 초기 단계일 때는 수십 배의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Zero to One' 같은 스타트업 바이블에서는 벤처 투자가 소수의 성공적인 투자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간다고 언급했다. 보통 10개 회사 중 1~2개 회사에서만 수익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사에게는 미래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실행력을 커리어와 성과를 통해 어필해야 한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고 실질적인 효익을 원한다. 소비자 거래(B2C) 상품이라면 편리함, 즐거움, 안전함 같은 요소를 기대할 것이고, 기업 간 거래(B2B) 상품이라면 좋은 성과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나아가 승진까지 하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고객은 기업의 미래 목표에 큰 관심이 없다. 고객은 스토리(과거)와 현재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은 이미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그 가치를 측정하고, 효익이 발생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투자금은 성장의 비료이고, 매출은 성장의 열매다.
투자를 받으려는 이유는 결국 자금이 부족하거나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고민하지만, 사실 투자금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비료일 뿐이다. 투자금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그 돈이 바로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료를 바탕으로 키워오던 씨앗을 잘 키워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투자금은 씨앗 자체가 아니다.
하지만 매출은 열매다. 지금 만든 제품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 그 열매는 매우 달콤하다. 매출을 창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기업으로서 건전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매출을 발생시킨 후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이익구조까지 만들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크게 성장하는 일뿐이다.
최근 투자사들은 하나같이 매출을 만들어 오라고 요구한다. 과거처럼 사업계획서나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 PV(페이지 뷰) 같은 지표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려워졌다. 2010년대 스타트업 붐을 타고 많은 유니콘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나왔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배 더 많은 실패한 기업들이 있었다. 거듭제곱의 법칙에 의해 당연한 결과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1~2년은 이런 방식의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사업을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