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NS를 처음 알게 된 건 2010년이다. 외주 개발 프로젝트에서 만난 50대 부장님을 통해서였다. 부장님은 나에게 "면책"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면책? 책을 보지 않았지만, 그 단어는 어감이 좋았다. 부장님은 "면책은 Facebook"이라며 사이트를 소개해 주셨다. 나는 그 F 로고에 끌려 바로 가입했다. 페이스북 가입은 쉬웠다. 이름, 나이, 배우자 등을 설정하면 끝. 물론, 프로필 사진을 등록하는 게 좋다. 그렇게 나는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는 온갖 자랑이 올라왔다. 술 먹고 모임 한 사진, 자식 자랑, 유명인과 찍은 사진들이 넘쳐났다. 나 역시 이런 사소한 글들을 올렸다. 자식 자랑, 먹는 거 자랑, 여행 다녀온 자랑. 만나지도 않은 페친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던 걸까? 올렸던 글은 이내 삭제하는 일이 많았다.
스타트업 생활은 더 심했다. 자신의 소식을 팀에게 알리기 전에 페이스북에 먼저 올렸다. 마치 페이스북이 회사의 공식 채널인 양 모든 게 공개됐다. 그 내용을 신경 쓰지 않으면 임원으로서 눈치 보기가 어려웠다. 일상 속에 묻어 나오는 메시지, 때로는 외로움과 욕망을 풀기 위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페이스북은 그런 일기장이었다. 직접적으로 말은 못 하지만, 돌려서 쓰는 우리 모두의 일기장.
점점 피곤해졌다. 페친이 1000명을 넘어서자 외국인들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특히 일본인이 많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한국어를 사용했다. 어색하지만 그들의 말을 들어주다 보니, 가끔 재미도 느꼈다. 일본인에게 살짝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혹시 사기꾼 아니냐”라고 물으면, 뒤이어 날아오는 욕설 메시지를 보며 깨달았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데일 카네기의 말처럼, 요즘 이 말을 자주 실감한다.
SNS에는 다른 사람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만이 보인다. 그래서 SNS를 할수록 불행해진다. 그들의 최고로 행복한 순간과 나의 평범한 일상을 비교하게 된다. 나의 한없이 작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주위의 소중한 가족과 동료들을 보지 못하고, 그들의 최고 행복과 나의 평범함을 비교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과 나의 일상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행복의 차이는 크다. 이건희 회장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같을 수는 없다. 성취감과 목적의식도 다르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행복은 같다. 아내와 자식들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금전적인 목적을 떠나 존재의 가치에서 오는 행복이 더 크다. 행복은 숫자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있다 보면 회사를 매각한 대표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이 과연 행복할까? 아니다. 행복한 순간은 통장에 매각 금액이 찍힌 그 순간뿐이다. 그 돈이 찍히는 순간, 더 위를 보게 된다. 나보다 더 크게 매각한 사람, 더 성공한 사람만 떠올리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결국, 스스로를 작은 콩벌레처럼 웅크리게 된다.
디지털 디톡스가 한때 유행이었다. 자기 전 1시간 동안 핸드폰을 멀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디톡스의 가장 좋은 방법은 SNS를 끊는 것이다. SNS를 끊고 나니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집중력이 향상되었고 정신력도 강해졌다. 무수히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SNS와 함께 네이버, 다음 뉴스, 커뮤니티도 끊었다. 그러자 가족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의 고충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성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료들의 갈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고 싶었던 것을 끊으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9900원짜리 와인을 마셔도 자랑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저 아내와 함께 와인의 가성비에 놀라움을 즐겼다. 그렇게 나는 어제보다 행복해졌다.
사람은 만나야 한다. 유전적으로 그렇게 설계되었다. SNS는 만나기보다는 귀찮음을 피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니즈에 맞았다. 그렇게 퍼져나갔다. 사진, 텍스트, 반말 등 별로 다를 것 없는 SNS 서비스가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사람들은 유행에 휩쓸렸다. 지금 SNS를 끊어라. 그러면 행복이 옆에 있다. 다른 사람의 행복한 순간을 구경하지 말고, 나의 행복한 순간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