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 사막 Ica에 있을 때 이야기다.
군대를 가기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잠깐 사진을 찍었었는데 사장형은 연극과를 나와서 일본에서 골프채를 수입해서 인터넷에 팔았었다.
일이 손에 붙고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고 나서 형은 어떻게 연극과를 나오고 무역을 하게 됐냐고 물으니 자기는 여행하는 걸 좋아해 학생 때부터 300만 원만 모이면 무조건 여행을 갔는데 일본에 갔을 때 중고 골프채를 사서 한국에 팔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국할 때 골프채 한 가 방을 사 가지고 와서 팔았는데 그게 정말 돈이 돼서 졸업하고 중고 골프채를 계속 수입하다가 이젠 일이 커져서 새 중고 체도 수입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되물었다. 왜 여행을 좋아하냐고. 그랬더니 사장형은 세상에 사막이라는 곳이 있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사막을 보고 죽는 사람은 몇 안된다는 것이다.
사막에 대한 나의 환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네이버)이라는 나스카 라인에는 관심도 없고 경비행기를 탈 정도로 돈이 많지도 않았다. 그냥 사막 그 자체에 가고 보고 싶어서 Ica에 갔다.
그렇게 기대하고 간 사막이었지만 해가 지고 호스텔에 있으니 사막에 있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안아 혼자 불평하고 있을 때쯤 같은 방을 쓰고 있던 아르헨 타인이 나에게 말을 붙여왔다. 사막에 있으면 하루 정도는 사막에서 잠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호스텔에서 만난 프랑스인과 스위스인도 내일 자기와 함께 사막으로 들어갈 거란다.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간단하게 짐을 싸서 다음날 호스텔을 벗어나 사막으로 향했다.
모래언덕을 하나 넘으니 서로가 분간이 안 가도록 어두웠다. 갑자기 스위스인이 살며 이렇게 자유러웠던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옷을 벗고 달리기 시작했고 그걸 보고 있던 아르헨타 인도 옷을 벗고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그리고 나도 달렸다.
모래 위에서 달리니 우린 금방 지쳤고 모두 그 자리에 누워버렸다. 수영복을 입고 모래사장 위에 눕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제 처음 본 유럽인, 남미인, 아시아인이 만나 살며 처음 온 사막에 속옷하나 안 걸치고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소름 끼칠 정도로 자유러웠다.
숨을 거루고 옷을 챙겨 입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잠에 들었다. 그리고 잠시 잠에서 깻을때는 내가 자는 사이에 그중 한 명이 나에게 마약을 먹였다고 생각했다. 내가 눈을 뜨고 본 하늘은 진짜 내가 맨 정신에 볼 수 있는 하늘이 아니었다. 별이 소름 끼치게 많았다. 안경을 찾아 쓰고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내 옆에 있던 사람들도 사실은 안 자고 별을 보고 있었다.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르헨타 인과 스위스인에게는 작별인사를 했고 프랑스인은 내가 어딜 가든지 함께 가고 싶단다. 굉장히 낭만적인 멘트지만 이 친구는 남자다. 내가 페루에 있을 때는 이미 여행을 시작한 지 15개월쯤 됐을 때다. 그 기간 동안 내가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세상에는 게이가 참 많고 나는 여자에게 보다 남자에게 인기가 더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이 친구도 게이인 줄 알고 "살면서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나란데 네가 계획한 데로 여행해야지 알고 지낸 지 3일밖에 안된 나 때문에 여행 계획을 바꾸는 게 말이 되냐" 이야기하며 최대한 좋게 싫은 티를 냈다. 그래도 괜찮단다. 그렇게 그 프랑스 친구와 쿠스코를 함께가 4일간 인카 트레일을 함께 등반했다. 다행히 게이는 아니었다.
쿠스코 이후로 우리는 작별했지만 남미를 떠나 유럽을 여행할 때 프랑스에서 다시 그 친구를 만났다. 이번에는 여행자의 입장이 아닌 현지인 이였기 때문에 나를 재워주고 먹여주며 나의 프랑스 여행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줬다.
이건 여담인데 내가 메데진에서 만나 콜롬비아, 에콰도르를 함께 여행하고 페루에서 헤어진 독일 친구가 있었다. 난 페루 북부에서 정글로 향했고 독일 친구는 해안가로 향했다.
프랑스 후 독일을 갈 계획으로 그 친구와 메시지를 하고 있는데 독일 친구의 사진을 보고 혹시 마리나 브라운이 아니냐고 묻는다. 내가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니 그 친구는 오히려 나보고 어떻게 아냐고 되묻는다.
나는 콜롬비아에서 만나 페루 북부까지 여행을 같이 했다고 하니 프랑스 친구는 해안가에서 만나 나를 만나기 전까지 같이 여행을 하다가 이카에서 헤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