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바쁜 시간이 지나고 잠깐 숨 좀 돌리고 있는 나에게 셰프는 앞치마를 벗고 나오라고 지시했다. 나를 자리에 앉히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말만 하란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호주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음이 틀림없다. 이날 난 자메이칸 소스가 발린 치킨윙과 맥주 한잔을 얻어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이게 앞으로 내가 받게 될 직원 복지인가 감탄하려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Good bye.”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을 게 뻔했다. 두 시 간 동안 일을 한 대가를 받지 못한 게 억울할 따름이었다. 그걸 영어로 표현할 줄 몰라 돈 받는 것 마저 포기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게 ‘트라이얼(trial)’이라고 했다. 호주에서는 한번 고용하고 나면 자르기 어렵기 때문에 무급으로 일을 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최대 8시간까지 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밥이라도 얻어먹고 나온 내게 운이 좋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위안이 될 리 만무하다.
다시 구직자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됐다. 이제 이력서를 뽑는 몇 푼마저도 부담스러웠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집에 가만히 있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다.
끝내 일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이젠 적어도 방법은 알 것 같았다.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식당 없다! 이번에도 한 식당만 집중 공략했다. 세 번째 방문하는 날, 너 같은 놈은 처음 본다는 표정과 함께 저녁에 다시 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이건 분명 트라이얼일 것이라는 걸. 편한 옷을 챙겨 입고 보란 듯이 최선을 다해 그릇을 닦았다.
운이 없는 날이었다. 8시간을 일하고 다시 오라는 이야기는커녕 밥 한 끼 얻어먹지 못했다. 돈이 있었다면 술을 진탕 마셨을 것이다. 돈이 있었다면.
될 대로 되라지. 모든 걸 포기하고 있던 나에게 삼 일 후 한통의 메일이 왔다. 다음 주 근무시간표였다. 수염이 텁수룩한 룸메이트에게 뽀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호주에 도착한 지 3주 만에 일을 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