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은 환상일 뿐4

미리 알았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by 채리

전화 인터뷰는 정말 인터넷에서 봤던 질문 그대로 진행됐다. 가령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도 미리 준비해 놓은 답변 중 얼추 비슷한 것을 골라 임기응변했다. 내가 전화 인터뷰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블로거 덕분이었다.

면접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도 미리 준비한 답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질문들뿐이었다. 준비하지 않은 질문을 할 때는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어필했다.


“Sure!, Of course!, Yes, I can!”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이름 모를 블로거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드디어 나를 호주에 오게 만들었던 그 닭고기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고작 공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대우였다. 식당에서는 트라이얼이라고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 서도 합법적으로 돈을 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공장은 안전교육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던 나에게 교육비까지 쥐여 주었다.


그간 고생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벌써부터 성공한 워홀러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시간은 걸렸지만 일차적인 목표를 이루었고, 최종 목표인 여행과 적어도 한 발자국 가까워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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