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았더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행복했다. 호주에 도착한 후 지난 한 달간의 고생은, 오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극적인 설정이었던 것만 같았다.
공장은 크게 2가지 Zone으로 나뉜다. 하얀 옷을 입고 일하는 White zone과 빨간 옷을 입고 일하는 Red zone. 지금 받는 옷의 색깔에 따라 앞으로의 6개월이 결정될 것이다. 하얀 옷을 입는다는 건 일하는 동안 그 옷을 더럽힐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빨간 옷은 그 반대다.
White zone에서는 닭에 양념을 바르거나, 포장을 하거나, 닭 뼈를 바르는 것과 같이 ‘음식’으로서의 닭을 다룬다. 반면에 Red zone에서는 내장 분류, 닭털 뽑기 그리고 닭목 자르기와 같이 살아 있거나 죽어도 아직 몸이 따뜻한 ‘가축’으로서의 닭을 다룬다. 작업을 하면 옷에 닭피가 묻기 때문에 빨간 옷을 주는 것이다.
이 정도 사실은 인터넷으로 봐서 미리 알고 있었다. 단지 Red zone에 서일 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
오 마이 갓! 내가 받은 옷의 색은 붉었다. 면접날이 떠오른다. 면접관은 나에게 닭을 무서워하는지 물어보았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당당히 “NO!”를 연발했다. 거기서부터 잘못된 게 분 명하다.
내게 주어진 일은 새로 들어온 닭털 뽑는 기계 옆에 서 있는 것이었다. 가끔 닭털이 덜 뽑히면 마저 뽑고, 털이 기계에 걸렸다 싶으면 그걸 정리하는 게 전부였다.
매니저의 마지막 한 마디 덕분에 적어도 희망이란 걸 가지고 일할수 있었다.
“조금 지켜보다가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으면 다른 부 서로 옮겨줄게. 참고 일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