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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리 Aug 27. 2019

나의 20대

20살의 난 재수를 하며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살았다.

21살의 난 적성에는 맞지 않지만 오래 배운 그림을 포기 못해 디자인과에 입학했다.

22살의 난 매일 같이 술만 마신 끝에 학사경고를 맞고 군대에 갔다.

23살의 난 보충대에서 만난 고등학교 후배에게 현혹돼 특공대에 지원했다.

24살의 난 호주의 닭고기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하며 한 달 평균 600만 원을 벌었다.

25살의 난 직접 번 돈으로 호주와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한 후 세계를 여행했다.

26살의 난 4년 만에 2학년으로 복학했다.

27살의 난 창업을 준비하던 중 덜컥 취업이 돼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28살의 난 100곳이 넘는 출판사에 투고한 끝에 여행 에세이를 출간했다.

29살의 난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백수가 되었다.


한 가지를 진득이 하며 전문성을 기르지는 못했지만 또래가 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얻은 게 있다면 확고한 취향이고, 잃은 게 있다면 '평범한 삶'을 배척하게 됐다는 것이다.

확고한 취향은 내게 강한 멘탈을 주었다. 20대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소위 말하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지는 않다. 물론 자리를 잡기 시작한 주변 친구들도. 누군가는 정신승리라고 이야기할 수도이다. 하지만 안정된 삶은 나의 지향점이 아니다. 회사생활을 하며 나를 가장 힘들 게 한 것은 야근도, 상사도 아닌 안정되고 규칙적이 삶이었다.

전 책에서 나는 스스로를 '여행 철학은 철든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인생철학은 나잇값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그 사이 하나 추가된 게 있다. 


크고 작은 도전과 성취를 계속하며 살기.


역설적이지만 그게 내가 지금 백수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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