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게임이 스웨덴 게임에게 왕좌를 넘겨준 순간
마인크래프트(Minecraft)가 2억 3,800만 장으로 역대 최고 판매 게임 1위에 올랐다. 40년간 절대왕자였던 테트리스(Tetris)의 1억 장를 두 배 넘게 차이로 제쳤다.
1984년 소비에트에서 탄생한 테트리스는 닌텐도 게임 보이(Nintendo Game Boy)와 함께 지구를 정복했다. 그런데 2011년 스웨덴 청년이 만든 블록 게임이 단 13년 만에 이 불멸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냉전 게임이 밀레니얼 게임에게 항복한 순간이다.
더 놀라운 건 2위와의 격차다. GTA V(1억 8,500만)와도 5,300만 장 차이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이제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 됐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 테트리스는 40년 전 게임이고, 마인크래프트는 13년 전 게임이다. 시대 배경이 완전히 다르다.
1980년대에는 게임기 자체가 희귀했다.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게임보이 하나로 전 세계 1억 명을 사로잡은 테트리스의 위력은 여전히 경이롭다.
반면 마인크래프트는 PC, 콘솔, 모바일 등 모든 플랫폼에서 판매됐다. 접근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공정한 비교라고 하기는 어렵다.
흥미롭게도 3위에 테트리스가 올라있다. 1억 장을 기록한 테트리스 말이다. 이는 게임보이 번들 버전과 별도 판매 버전을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테트리스 시리즈 전체로 보면 여전히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한다. 단일 IP로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테트리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 게임의 완성도를 증명한다. 시간이 지나도 색바래지 않는 게임성을 가졌다는 뜻이다.
4위에 오른 닌텐도 위 스포츠(8,300만)도 주목할 만하다. 이 게임이 성공한 이유는 단순했다. 위 스포츠 본체와 번들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끼워팔기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정말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위(Wii) 자체가 성공한 것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힘을 보여줬다.
특히 고령층까지 게임을 하게 만든 것은 혁신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볼링이나 테니스를 치는 모습은 당시 매우 신선한 광경이었다.
5위에 오른 배틀그라운드(7,500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세계 5위에 오른 것이다.
배틀로얄(Battle Royale) 장르를 대중화시킨 배틀그라운드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포트나이트(Fortnite),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등 수많은 후속작들이 나왔지만, 원조의 자리는 확고하다.
특히 PC방 문화와 결합되면서 한국에서는 사회 현상이 되기도 했다. 게임에서 1등을 하면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Winner Winner Chicken Dinner)"이라는 문구가 뜨는데, 이 때문에 "치킨 먹자"가 "1등 하자"는 의미로 쓰이며 유행어가 됐다.
마인크래프트가 1위에 오른 건 단순히 재미있어서만은 아니다. 이 게임은 게임을 넘어 플랫폼이 됐다.
교육용으로 쓰이고, 건축 시뮬레이션으로 쓰이고, 심지어 가상현실 체험 도구로도 쓰인다. 게임이라는 경계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콘텐츠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되고 있어서, 구매자들이 계속 플레이할 이유가 있다.
마인크래프트의 성공에는 플랫폼 전략도 한몫했다. PC에서 시작해서 모바일, 콘솔로 확장했고, 각 플랫폼마다 최적화된 버전을 제공했다.
특히 모바일 버전인 '마인크래프트 포켓 에디션'은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언제 어디서나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크로스 플랫폼(cross-platform) 플레이도 지원해서, PC 유저와 모바일 유저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 이런 접근성이 판매량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세대를 잇는 게임이 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했지만,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하고 있다.
심지어 부모가 되어서 자녀와 함께 마인크래프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 게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속성은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게임은 몇 년 지나면 잊혀지지만, 마인크래프트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판매량 순위에는 함정이 있다.
첫째, 40년 전 게임과 지금 게임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1980년대 게임 한 개 사는 데 드는 돈이 지금 돈으로 치면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테트리스가 실제로는 마인크래프트보다 더 비싼 게임이었을 수도 있다.
둘째,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게임들은 애초에 이 순위에 포함될 수 없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나 포트나이트(Fortnite) 같은 게임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들은 '판매량'이라는 게 없다. 이러한 게임들의 실제 영향력은 이 순위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크래프트의 성취는 인정받을 만하다. 유료 게임으로서 이 정도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 순위는 게임계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게임은 "오락"이었다.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도구였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의 성공은 다른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제 게임은 플랫폼이 됐다. 마인크래프트에서 사람들은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건축을 배우고, 프로그래밍을 익히고, 협업을 경험한다. 학교에서는 수업 도구로 쓰이고, 건축가들은 설계 시뮬레이션으로 활용한다.
앞으로는 "이게 게임인가, 도구인가?" 하는 경계가 더 모호해질 것이다. 게임 형태를 빌린 교육 프로그램, 업무 도구, 소셜 플랫폼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마인크래프트가 보여준 길을 더 많은 개발자들이 따라갈 것이다.
40년간 1위였던 테트리스를 13년 만에 추월한 마인크래프트, 어떤 게임이 이 기록을 갈아치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