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폭증하는 직업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직업 1위는 빅데이터 전문가다. 무려 110% 성장이 예상된다. 5년 만에 두 배가 넘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2위는 핀테크 엔지니어로 95% 성장, 3위는 AI·머신러닝 전문가로 85% 성장이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전 세계 1,400만 명을 고용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런 폭발적 성장은 기업들이 AI의 생산성 증대 효과를 활용할 인재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면, 이들은 그 석유를 정제하는 엔지니어들인 셈이다.
숫자만 봐서는 실감이 안 날 수 있지만, 연봉을 보면 현실이 와닿는다. 핀테크 분야 머신러닝 엔지니어는 신용위험 모델과 사기 탐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로 16만 달러(약 2억 3천만 원)를 받는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부터 시작한다.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부터 작은 스타트업까지 모두 이런 인재들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AI 전문가 한 명에 억대 연봉을 제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4위에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60% 성장으로 랭크됐다. AI가 코딩을 대체할 거라는 예측과는 반대 결과다.
오히려 AI 도구들이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면서 더 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가능해지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같은 AI 코딩 어시스턴트를 쓰는 개발자들은 예전보다 2-3배 빠르게 코드를 작성한다.
결과적으로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개발자가 그렇지 못한 개발자를 대체하고 있다.
5위는 보안 관리 전문가로 55% 성장이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사이버 공격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를 악용한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공격들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응할 전문가들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딥페이크(deepfake)를 이용한 사기, AI 기반 피싱 공격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금융권 보안 규제 확대 등으로 보안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흥미로운 건 9위에 경트럭·배송 서비스 기사가 45% 성장으로 올라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될 거라는 예측과는 상반된다.
실제로는 전자상거래 폭증으로 라스트 마일(last mile) 배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해도 복잡한 도심이나 아파트 단지 내 배송은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아마존, 쿠팡 같은 배송업체들이 기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배송비 인상, 처우 개선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12위에 환경 엔지니어가 40% 성장으로 올라있다. 탄소중립,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환경 관련 전문가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탄소 배출량 감축 등의 목표를 세우면서 이를 실제로 실행할 전문가들이 필요해졌다.
15위에 신재생에너지 엔지니어도 40% 성장으로 함께 올라있어, 그린 테크(green tech) 분야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는 과장됐다.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정반대다. AI가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예정이다. 기술로 인해 사라지는 9,200만 개보다 훨씬 많다. 순증가만 7,800만 개에 달한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AI를 위협으로 보지 말고 생산성을 높여주는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현실을 직시하자. 110% 성장한다고 해서 아무나 빅데이터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첫째,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를 기르자. 모든 직업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 필수가 되고 있다. 수학, 통계, 프로그래밍 같은 기초 스킬부터 시작해서 실무 경험을 쌓아가면 된다.
둘째, 평생학습 마인드를 가지자.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속적인 학습이 필수다. 온라인 강의, 부트캠프, 자격증 취득 등을 적극 활용하자.
셋째, 인간만의 고유 영역을 강화하자. 창의성, 공감 능력,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은 여전히 인간이 AI보다 뛰어나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문제는 누가 그 미래를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AI가 일자리 뺏을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새 일자리를 퍼주고 있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