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S&P500 지수에 못 들어가는 이유는?

시총 78조원 쿠팡, S&P 500 문턱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시다

by ChartBoss 차트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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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돈 버는 기업'들의 승전보

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가 12월 5일 발표한 4분기 리밸런싱 결과가 흥미롭다.


S&P 500에 새로 입성하는 3개 기업의 면면을 보면, 데이터센터 냉난방 설비를 설치하는 컴포트 시스템즈 USA(Comfort Systems USA), 온라인 중고차 판매 플랫폼 카바나(Carvana), 그리고 아일랜드 기반 글로벌 건자재 기업 CRH다.


이들의 공통점은 '실적'이다. 컴포트 시스템즈는 올해 주가가 134% 폭등했고, 3분기에만 EPS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카바나는 2022년 주당 4달러(약 5,600원) 밑으로 추락했던 '좀비 기업'이었지만, 올해 97% 이상 상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인 15만 6천대를 판매하며 순이익 2억 6,300만 달러(약 3,680억원)를 기록했다.


퇴출되는 기업들은 정반대다. Solstice Advanced Materials(솔스티스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3%), Mohawk Industries(모호크 인더스트리즈, -5%), LKQ(-19%)는 모두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빅테크'가 아닌 '빅 인프라' 시대

이번 리밸런싱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S&P 500 위원회가 고평가된 기술주 대신 실물 경제와 연결된 '캐시카우(cash cow)'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컴포트 시스템즈의 사업 모델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이 회사는 건물에 냉난방 시스템(HVAC)와 전기 설비를 설치하는 기업이다. 얼핏 '에어컨 설치 회사'처럼 들리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AI 서버를 돌리는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열을 발생시킨다. 누군가는 이 열을 식혀야 한다. 컴포트 시스템즈의 수주잔고(backlog)가 93억 8천만 달러(약 13조 1,3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이유다.


CRH는 인프라 투자의 수혜를 직접 받는다. 미국 최대 골재(aggregates) 및 아스팔트 공급업체인 이 회사는 도로, 교량, 상업용 건물 등에 필수적인 자재를 공급한다. 3분기 매출이 111억 달러(약 15조 5,4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5% 성장했고, 조정 EBITDA는 10% 증가했다. 회사는 2018년 이후 자사주 매입에 94억 달러(약 13조 1,600억원)를 쏟아부었을 만큼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떨어진 자들'의 공통점

반면 편입에 실패한 종목들의 면면은 더 흥미롭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쿠팡(Coupang)이다. 시가총액 약 560억 달러(약 78조원), 매출 337억 달러(약 47조원), Fortune 150 기업. S&P 500 편입 기준인 시총 227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넘긴다. 그런데도 탈락했다.


쿠팡은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델라웨어 법인으로, '미국 기업' 요건을 충족한다. 3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8% 성장했고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핵심은 '사업 지역'이다. 쿠팡 매출의 대부분은 한국과 대만에서 발생한다. S&P 500 위원회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로 지수를 구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 밖에서 돈을 버는 기업은 아무리 시총이 커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버티브 홀딩스(Vertiv Holdings)도 의외의 탈락자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및 냉각 시스템 분야의 대표 기업이다. 올해만 50-60%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600억 달러(약 84조원)를 넘는다. 그런데도 탈락했다. 이미 기술주 비중이 높은 S&P 500에 또 다른 고베타(high-beta) 종목을 추가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더 극적인 건 Strategy(구 MicroStrategy,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비트코인 64만 BTC 이상을 보유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한때 950억 달러(약 133조원)를 넘겼다. 모든 편입 기준을 충족한다. 그런데 왜 계속 거절당할까?


핵심은 '사업 모델'이다. S&P 500은 ETF나 ETF 유사 구조를 명시적으로 배제한다. 스트래티지의 수익 대부분은 비트코인 미실현 손익에서 나온다. 소프트웨어 사업 매출은 연 5억 달러(약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S&P 위원회 입장에서 이 회사는 '비트코인 투자 펀드'와 다를 바 없다.


소파이 테크놀로지스(SoFi Technologies)도 이번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쿠팡을 포함한 탈락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패시브 머니의 힘

S&P 500 편입이 왜 중요할까? 인덱스 펀드와 ETF 때문이다.


S&P 500을 추종하는 자산만 수조 달러에 달한다. 새로운 종목이 편입되면 이 펀드들은 해당 주식을 '무조건' 사야 한다. 제프리스(Jefferies)에 따르면, CRH의 경우 패시브 펀드들이 약 1억 1,400만 주를 매수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평균 거래량 기준 약 27일치 물량이다.


카바나와 컴포트 시스템즈는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약 10%와 2% 상승했다. CRH는 7% 가까이 뛰었다. 단, 밀러 타박(Miller Tabak)의 수석 전략가 맷 말리(Matt Maley)는 "수요가 급증하지만, 일단 편입이 완료되면 그 수요는 빠르게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한줄평

미국 주소, 미국 법인, 미국 상장. 그래도 한국에서 돈 벌면 미국 기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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