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CO 트레이드에 빠진 투자자들의 위험한 착각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속어가 등장했다. 'TACO'는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줄임말로, '트럼프는 항상 뒤로 빠진다'는 뜻이다. 즉, 트럼프가 아무리 관세 폭탄을 예고해도 결국 말뿐이고 실행하지 않는다는 베팅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이 전략은 정말 맛있었다.
차트를 보면 패턴이 명확하다. 트럼프가 관세를 언급할 때마다 주식 시장이 흔들리지만, 곧 회복되는 모습이 반복됐다. 펜타닐 관세, 철강 관세, 파월 해고 위협 등 온갖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어차피 또 물러설 것'이라며 태연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올해 들어 다섯 번이나 자신의 위협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2월 펜타닐(Fentanyl) 관세 발표 후 급락했던 시장이 3월에는 다시 회복됐고,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5월 파월 해고 위협이 철회되자 시장은 다시 반등했다.
이런 패턴 덕분에 투자자들은 확신을 갖게 됐다. '트럼프의 위협은 그냥 쇼다. 진짜로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관세 발표가 나올 때마다 오히려 매수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트럼프는 말뿐'이라는 믿음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10년 만에 가장 낙관적인 분위기가 됐다. 평소에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달러나 미국 국채에 돈을 넣어두는데, 지금은 그런 곳에서 돈을 빼서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것도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등 전 세계 주식시장에 말이다. '어차피 트럼프 위협은 허풍이니까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게 '트럼프가 계속 말뿐일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번에는 정말로 관세를 밀어붙인다면? 지금까지의 패턴이 깨진다면?
워싱턴에서는 이미 새로운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가 이번에는 정말 강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TACO'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한 이후 관련 언급이 3배나 급증했다는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준다.
만약 트럼프가 정말로 대규모 관세를 단행한다면, 지금까지의 낙관론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변동성 급증, 유동성 고갈, 안전자산으로의 대피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결국 TACO 트레이드는 위험한 도박이다. 지금까지는 맛있게 먹었지만, 한 번 잘못 먹으면 심각한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건 위험하다.
시장은 지금 '트럼프는 항상 뒤로 빠진다'는 믿음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일관성에 베팅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특히 그 정치인이 도널드 트럼프라면 말이다.
트럼프의 일관성 없음에 일관성 있게 베팅하는 투자자들, 이번에는 정말 당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