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가 전세계 벤처 캐피털을 빨아들이는 마법

4,300억 달러 독식하며 스타트업계 먹방 찍는 중

by ChartBoss 차트보스



샌프란시스코 압도적 1위, 2위와 2배 이상 차이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가 지난 6년간 끌어모은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는 4,300억 달러다. 2위 뉴욕(New York)의 1,800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고, 3위 베이징(Beijing)의 1,500억 달러보다는 거의 3배에 가깝다.


더 놀라운 건 미국 전체가 1조2,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중국(5,450억 달러)과 영국(1,440억 달러)을 압도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혼자서 전체 미국 벤처 투자의 36%를 차지했다. 한 도시가 이 정도 영향력을 갖는다는 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다.


한국의 아쉬운 현실, 서울 75억 달러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베이징 1,500억 달러, 상하이 1,200억 달러로 선전하고 있지만, 한국 서울은 75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샌프란시스코의 57분의 1 수준이고, 심지어 뉴욕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물론 절대적 규모로만 비교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경제 규모나 인구를 고려하면 한국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 때도 흔들리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팬데믹 기간 중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텍사스 오스틴(Austin)이나 플로리다 마이애미(Miami) 같은 도시들이 '샌프란시스코 대안'을 자처했다. 높은 집값과 생활비에 지친 스타트업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네트워크 효과다. 벤처 캐피털, 엔젤 투자자, 멘토, 인재, 서비스 업체들이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집중되어 있다. 마치 배우들이 헐리우드로 몰리는 것처럼, 창업가들도 샌프란시스코의 자기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AI 붐이 만든 새로운 골드러시

특히 AI 붐이 샌프란시스코의 독점을 더욱 강화했다. 현재 벤처 캐피털들이 보유한 '투자 대기 자금(dry powder)' 3,0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샌프란시스코의 AI 스타트업들로 향할 예정이다.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AI 거대기업들이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보니, 이 분야에 투자하려면 자연스럽게 샌프란시스코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집중은 때로는 거품을 만들기도 한다. AI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중심지로서 샌프란시스코의 지위는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투자 자금은 넘쳐 나지만 성공은 더 어려워진 역설

역설적으로 샌프란시스코가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서 성공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모든 창업가들이 몰려드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당연하고, 그 결과 모든 비용이 폭등했다.


작은 사무실 하나 빌리는데도 월세가 수천만 원씩 나가고, 개발자 한 명 뽑으려면 연봉만 2억 원이 넘는다. 커피 한 잔도 만 원이 넘게 받는 동네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창업가들은 여전히 샌프란시스코를 꿈꾼다.


마치 헐리우드에서 성공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져도 배우 지망생들이 계속 몰려드는 것과 같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스타트업계의 헐리우드(Hollywood)'로서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뚫기 어려운 독점의 벽

샌프란시스코의 독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혁신이 한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다른 지역의 기회가 줄어들고, 부의 편중도 심화된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집중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이다. 돈이 있는 곳에 인재가 몰리고, 인재가 있는 곳에 다시 돈이 몰리는 악순환 말이다.


다른 도시들이 '제2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만들겠다고 나서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미 형성된 네트워크 효과를 뚫고 들어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베이징이나 상하이도 중국 내수 시장이라는 거대한 백그라운드가 있음에도 샌프란시스코를 위협하지 못하고 있다.


한줄평

샌프란시스코가 스타트업 투자 자금을 독점하는 동안, 나머지 도시들은 부스러기라도 얻으려고 아우성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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