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험하다: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한국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의하면, 세계 각국이 얼마나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이웃 나라들은 거의 생명줄을 미국이 쥐고 있는 수준이다. 멕시코는 전체 수출의 76%를 미국에 보내고, 캐나다는 무려 80%다.
이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터뜨리면 이들 나라는 경제가 즉시 마비될 수 있다는 뜻이다. 60년간 구축된 북미 자동차 산업 통합 시스템이 몇 달 만에 무너질 수 있고, 예전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USMCA)는 사실상 종이쪼가리가 될 위험에 처했다.
한국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특히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주력 산업이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건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미국은 안보와 국방 분야에서 핵심 파트너다. 트럼프가 '중국 또는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면 한국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비대칭성이다. 멕시코가 미국에 보내는 수출 비중은 76%지만, 미국이 멕시코에서 받는 수입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비대칭 구조는 트럼프에게 엄청난 협상력을 주지만, 동시에 상호 파괴를 보장하는 위험한 게임이기도 하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수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절대적인 수출 규모가 워낙 크다. 그래서 트럼프의 관세가 실제로 발동되면 양국 모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각국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안 시장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미국만큼 큰 구매력을 가진 시장은 드물고, 기존 공급망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도 없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 같은 경우는 지리적으로 미국과 붙어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더욱 제한적이다.
독일이나 한국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럽이나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미국 시장의 완전한 대체재는 될 수 없다. 결국 모든 나라가 트럼프의 다음 행보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극도의 의존도는 일종의 '상호 파괴 보장' 시스템을 만들었다. 트럼프가 관세를 강행하면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보지만, 미국도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으로 고통받게 된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런 상호 파괴마저 감수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전 세계가 한 사람의 변덕에 경제적 운명을 맡긴 채로 2025년을 보내고 있다. 이보다 더 위험한 경제 구조가 있을까?
미국에 목줄 잡힌 나라들이 트럼프의 기분에 따라 경제가 요동치는 시대, 이제 국가도 '미국 눈치 보기'가 필수 과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