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억 달러를 태운 천재 CEO의 화려한 자폭쇼
2011년 10월 - 1백만 달러 시드라운드. 작은 시작,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나
2014년 2월 - 50억 달러 유니콘 달성. 드디어 '잘나가는 스타트업' 타이틀 획득
2016년 10월 - 169억 달러. 이미 이때부터 뭔가 이상했지만 아무도 눈치 못 챔
2017년 8월 - 212억 달러. 소프트뱅크가 본격적으로 돈을 쏟아붓기 시작
2019년 1월 - 470억 달러 정점. 역사상 가장 비싼 사무실 임대업체 탄생
2019년 8월 - IPO 서류 공개로 대참사 시작. 19억 달러 손실 공개되며 현실 각성
2019년 9월 - 아담 노이만 CEO 사임. 선장이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
2021년 10월 - SPAC 합병으로 상장. 정문으로 못 들어가니 뒷문으로 슬금슬금
2023년 8월 - 시총 4억 달러. 98% 폭락으로 완전한 몰락 완성
2010년 창업한 위워크(WeWork)는 처음엔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 유연한 사무공간을 제공한다는 컨셉은 완벽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다. 2014년 유니콘(unicorn) 기업이 된 후 2019년 1월에는 무려 47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밸류에이션을 기록했다.
위 차트를 보면 위워크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470억 달러까지 오르는 데 7년 2개월이 걸렸지만, 460억 달러를 잃는 데는 고작 4년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보다 더 극적인 기업 몰락 스토리가 있을까?
솔직히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라는 아이디어는 지금도 훌륭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구글 오피스 같은 느낌의 공간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그걸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공동창업자 아담 노이만(Adam Neumann)의 리더십이 재앙이었다. IPO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엄청난 손실, 부실한 지배구조, 그리고 노이만 개인의 각종 스캔들들이 위워크를 밸류에이션만 부풀어 오른 괴물로 만들었다. 결국 노이만은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위워크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소프트뱅크(Softbank)의 역할이다. 손정의의 비전 펀드(Vision Fund)가 위워크에 쏟아부은 돈만 90억 달러가 넘는다. 2017년에만 44억 달러를 투자하며 80%의 지분을 사들였고, 한 달 후에는 직원 2,400명을 해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위워크가 '비전펀드의 상징'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비전펀드의 흑역사'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엉터리 경영진을 만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019년 8월 IPO 준비 서류를 공개하는 순간 위워크의 민낯이 드러났다. 2018년에만 19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IPO는 무산됐다. 당초 200-300억 달러로 예상됐던 밸류에이션은 100-120억 달러로 급락했다.
절망적인 위워크는 2021년 SPAC 합병이라는 꼼수를 썼다. SPAC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줄임말인데, 쉽게 말해 '빈 껍데기 회사'다. 먼저 아무것도 안 하는 회사를 상장시켜 놓고, 나중에 진짜 사업하는 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직접 상장 심사를 받기 어려운 회사들이 우회 상장하는 꼼수로 자주 쓰인다.
직접 상장은 어려우니까 우회상장을 한 셈인데, 그것도 별 소용이 없었다.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98% 빠지면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위워크 측에서는 코로나19와 원격근무 확산, 금리 인상 등을 몰락의 이유로 대고 있지만 이건 핑계에 가깝다. 다른 코워킹 업체들은 팬데믹을 견뎌내고 지금 잘하고 있다. 위워크만 유독 이 모양이 된 건 순전히 경영 실패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충분한 자금, 그리고 거대한 시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워크가 망한 건 전적으로 경영진 탓이다. CEO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위워크 사태는 스타트업계에 여러 교훈을 남겼다. 첫째,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엉터리 경영진을 만나면 망한다. 둘째, 밸류에이션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 셋째, 투자자들도 돈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실사(due dilligence)를 해야 한다.
위워크의 몰락은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2010년대 후반 테크 버블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돈이 넘쳐나던 시대에 모두가 정신을 놓고 있었다는 증거다.
이 드라마 같은 실화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애플TV+의 '우린폭망했다(WeCrashed)'를 추천한다. 자레드 레토(Jared Leto)와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가 아담과 리베카 노이만(Adam and Rebekah Neumann) 부부 역할을 맡아서 위워크의 흥망성쇠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실제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시청해보자.
https://youtu.be/UREIAoL0Spk?si=QuBEiawLCTsIf3Wm
470억 달러짜리 아이디어를 4억 달러로 만든 CEO의 파괴력, 이 정도면 경영이 아니라 테러다.